“환자 있어야 병원도 산다”…의료진들 주머니 털어 시설 개선

무상치료제 → 의료보장제 전환에 자체 생존 내몰린 병원들…환자 유치 위해 의료진에 부담 전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5월 23일 남포시종합병원 의료진들이 의료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 실시를 계기로 북한의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그 부담이 의료진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 환경 개선 사업에 의료진들이 비용을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무산군병원은 지난 20일부터 입원 병동 꾸리기 명목으로 의사, 간호사 등 소속 의료진에게 일률적으로 1만원씩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헌법이 바뀌고 의료보장제가 추진되면서 이제는 병원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 의료일꾼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그래서 ‘환자가 있어야 병원도 산다’고 할 정도로 환자를 확보하는 것이 병원의 가장 큰 과제가 됐고, 이에 의료일꾼들에게는 환자 응대뿐만 아니라 시설 개선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많이 유치하거나 고가의 진료를 해야 운영비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상황에서 이제는 의료진들에게도 병원 운영의 책임이 강하게 부과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환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병원이 깨끗해야 하고 치료 설비도 새것으로 갖춰야 하는데, 당장 이것도 병원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처지”라며 “실제로 무산군병원이 의료일꾼들에게서 거둬들인 돈은 일단 입원 병동 침대를 수리하는 데 쓰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의료진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나 간호사들은 의사들처럼 사례비를 받을 일도 거의 없고, 약초 재배나 채취 등 각종 노력 동원에도 더 많이 나가는데, 부담금은 의사들과 똑같이 내라고 하니 불만이 크다고 한다.

소식통은 “같은 의료일꾼이라고 해도 처지가 다른데 일률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 간호원들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렇듯 현재 각 지역의 병원들이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병원은 진료비나 약값 부담이 큰 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병원을 이용하려는 주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아프면 병원보다 먼저 동네 의사를 찾는 것이 익숙하다”며 “무상치료제 때도 돈을 냈고 제도가 바뀌어도 결국 돈을 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병원에 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으니 결국 병원보다 동네 의사가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실시하고 있는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는 주민들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의료 재정을 충당하는 일종의 의료보험 제도다.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의 핵심으로 내세워온 사회주의 무상치료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체계의 대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3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 헌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사회주의 헌법에 담겨 있던 ‘무상치료제’ 문구를 전격 삭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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