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방지한다며 통제 강화하자, 주민들 “도둑이나 잡아라”

익사·교통사고 예방한다며 주민 대상 강연 진행하는 안전원들, 정작 생계 직결된 절도 사건은 등한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시내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5월 ‘사고방지대책월간’ 종료를 앞두고 사건·사고 예방을 명목으로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당국이 주민 생활과 직결된 절도 문제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혜산시 안전부가 지난 23일 안전원들에게 사고방지대책월간이 종료될 때까지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면서 담당 지역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실제 관련 지시문에는 “사고는 혁명의 원쑤(원수)이다”, “인민의 생명 재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무조건 방지하라”, “자기 지역과 관내를 사건·사고가 없는 안정 지역, 안정 관내로 만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 안전원들은 담당 지역을 돌며 교통·화재·익사 사고 예방은 물론 절도·폭행·음주 소란 행위 근절에 관한 주민 대상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재 안전부에서도 가장 분주한 부서는 호안과(강하천 안전 관리 부서)와 교통과”라며 “강과 하천 주변 익사사고, 교통사고가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순찰과 검열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원들이 주민 단속과 통제에만 급급하고, 정작 실생활과 직결된 절도 사건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사나 교통사고와 달리 절도는 많은 주민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안전원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땔감이 부족해 남의 집 나무 울바자(울타리)를 뜯어가거나 파철 수매 과제를 하느라고 남의 집 철문까지 떼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절도가 워낙 심하니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절도 사건이 워낙 잦다 보니 안전부에서도 웬만한 사건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도둑질을 하는 사람보다 도둑맞은 사람이 문제’, ‘자기 물건을 못 지킨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까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생활난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훔쳐 가는 판국이지만 인민의 생명 재산을 지킨다는 안전원들이 정작 절도 사건은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이러니 주민들 속에서는 안전원들이 인민반을 돌며 사건·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교육만 할 게 아니라 도둑이나 잡으러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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