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정집서 책 사라졌는데, 난데없는 출판물 검열에 ‘황당’

30세대 중 책 있는 집 5세대도 안 돼…주민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책 타령” 불편한 기색 드러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9월 30일 함흥시 사포구역 출판물보급소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도하며 “절세위원들의 불멸의 업적을 보여주는 위대성 도서를 통해 사상교양사업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자”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함경북도 청진시 일대에서 인민반 세대별 출판물 검열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정작 출판물을 두고 있는 세대가 손에 꼽을 만큼 적어 검열이 무색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청진시 청암구역에서 안전원이 인민반장을 대동해 각 인민반 세대를 직접 돌며 세대에서 소장하고 있는 출판물을 일일이 확인하는 검열이 진행됐다. 검열 대상이 된 출판물은 기본 일반 도서였고, 각종 인쇄물과 수첩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이번 검열을 두고 주민들 속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요새는 기본적으로 책을 소장하고 있는 집을 찾기 힘든데, 난데없이 출판물 검열이랍시고 안전원이 들이닥치니 주민들이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책 타령이냐”라며 괜한 검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연진동의 한 노부부 집에 들어간 안전원이 책이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할아버지가 ‘불쏘시개도 없는데 책이 어디 있겠냐’고 받아쳐 할머니에게 핀잔을 받았다”며 “할머니는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문제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핀잔을 준 것인데, 이 때문에 부부간에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검열 결과 한 인민반 30세대 가운데 책을 두고 있는 세대는 5세대도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책이 있는 세대조차 ‘인민들 속에서’, ‘항일빨찌산 참가자들의 회상기’ 등 김일성 시대 출판물을 한두 권 두고 있는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간부 세대의 경우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와 같은 책을 필히 비치해 두고 있지만, 일반 주민 세대에서는 이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식통은 “생활난이 심화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책을 사는 것 자체를 사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퍼졌다”며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되는데 굳이 돈을 들여 책을 사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생계 문제 해결하는 데 급급한 주민들이 책을 살 여유나 읽을 여유가 어디 있겠냐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검열에 나선 안전원도 집에 책이 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책을 소장하고 있는 주민에게 “가보(家寶)가 되겠다. 잘 건사하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이번 검열의 방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소속된 직장이나 단체에 어떤 책을 소장하고 있는지 보고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책을 자진 반납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처럼 안전원이 직접 세대를 돌며 확인하는 식의 검열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안전원들이 이젠 할 일이 없나보다”라며 냉소 섞인 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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