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애육원서 벌어진 조직적 횡령 행위에 검열단 들이쳤다

간부들이 두유·산유에 식량까지 빼돌리며 장부 조작하고 허위 보고서 작성하는 등 '부정' 저질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9월 4일 청진애육원 원아들이 받은 큰 은정을 전한다면서 지난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큰 가재미(가자미)와 많은 물고기를 이곳에 보낸 사연을 뒤늦게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애육원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검열단이 들이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애육원에서 영유아에게 공급할 두유, 산유 및 식량까지 빼돌려진 혐의가 드러나면서 지난 5일 중앙과 도 검찰소, 그리고 내각 교육성 공동 검열단이 들이닥쳐 약 보름간 고강도 집중 검열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국가가 영유아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도록 규정한 두유와 산유, 그리고 국가 배급 식량 공급 과정에서 심각한 조직적 횡령과 왜곡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부 신소가 4월 말에 중앙당에 접수된 게 이번 검열의 발단이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신소 접수 이후 중앙당은 즉각적으로 특별 검열단 구성을 지시했고, 국가가 그토록 강조하는 ‘어린이 사랑’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애육원에서 아이들의 먹거리를 가로챈 행위가 벌어진 것에 크게 분노하면서 적발된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법적 처벌을 단행할 것을 검열단에 주문했다.

실제 검열단은 애육원에 들이친 5일 오후부터 애육원 정문을 봉쇄한 채 사무실과 창고를 장악하고 서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원장을 비롯한 핵심 인원들을 즉각 격리해 밤샘 취조를 벌였다.

이번 검열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영유아들의 주 영양원인 두유와 산유 공급 체계 왜곡과 질적 저하였다.

애육원 간부들은 검열용 장부에 매일 정량의 신선한 두유와 산유를 아이들에게 먹인 것처럼 기록했으나 실제로는 물을 과도하게 섞어 희석한 맹탕을 먹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일부 간부들이 장마당 상인들과 결탁해 두유와 산유를 뒷문으로 빼돌려 사익을 챙겨왔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두 번째로 문제시된 것은 국가에서 애육원 영유아들을 위해 매달 우선적으로 특별 공급하는 식량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유통한 행위다.

검열단이 애육원에 들이닥친 당일부터 애육원 창고의 입출고 대장과 실제 식량 재고량을 대조한 결과, 쌀과 밀가루 등 국가 공급 식량의 상당 부분이 장부와 일치하지 않는 막대한 공백이 확인됐다.

간부들이 질 좋은 국가 공급 식량을 자신들의 집으로 빼돌리거나 장마당에 비싼 값에 처분하고, 그 대신 질이 낮고 보관 상태가 엉망인 곰팡이 낀 잡곡을 아이들에게 먹이는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여온 것으로 드러나 검열단의 거센 추궁을 받았다.

세 번째로 제기된 문제는 이러한 부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허위 보고서 조작을 모의하고 내부 감시 체계를 무력화시키려 한 정황이다.

이들은 국가 공급 물자가 부족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것처럼 상부에 허위 보고서를 올리는 한편, 원내 교양원들과 취사원들에게 비밀 유지를 강요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인원이 있으면 해고하거나 혁명화 처벌을 협박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통은 “신소에는 검열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임시로 좋은 음식을 먹이는 등 간부들의 교묘한 위장 수법과 해당 날짜까지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며 “검열단은 이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검열을 벌이면서 비호세력까지 전방위로 캐내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검열과 관련해 원장 등 애육원 간부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다른 보육기관들과 탁아소, 유치원들은 청진애육원에 검열단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에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며 급히 창고 대장을 맞추고 식량을 제자리에 채워 넣는 등 그야말로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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