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갈라서려는데 돈 없으면 이혼도 못 한다?

이혼 수요 급증하자 사회 기강 확립한다며 처벌 강화…처벌 피하려면 거액의 뇌물 바쳐야

2019년 6월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내부에서 경제난과 생계 부담을 이유로 이혼하려는 부부들이 급증하자, 북한 당국이 사회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이혼 당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 재판을 청구한 당사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조정 기간 내 이혼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경우 노동단련대에 보내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통제에 나서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돈이 없으면 이혼도 못 한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요즘 장사도 안 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 힘들어지다 보니 부부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갈라서겠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체면 때문에 참고 살던 사람들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청진시의 1개 구역에서 이혼 재판 신청 건수가 800건을 넘어설 만큼 이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이를 단순한 부부 갈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기강 해이로 판단하고, 사법기관에 통제 강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하도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중앙에까지 문제가 제기됐고, 이후 이혼을 엄격히 통제하라는 방침이 내려왔다”며 “이혼 재판을 신청하면 국가에서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화해하라는 시간을 준다”고 말했다.

북한 사법당국이 제시하는 일종의 이혼 조정 기간은 약 8개월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 부부가 화해하지 못하거나 이혼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둘 가운데 이혼 재판을 신청한 사람이 벌금이나 단련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단련대에 보내서도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시켜 사실상 다른 주민들에게 본을 보이는 식으로 달군다”며 “그런데도 이혼 재판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자 단련대보다 더 강한 처벌을 내리라는 내부 규정까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만큼 국가에서 이혼 문제를 엄하게 다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혼 문제로 단련대 처벌을 받게 된 주민이 가족들이 마련한 뇌물로 조기에 풀려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보통 석 달 기준으로 한 달에 600위안(한화 약 13만원)씩 총 1800위안의 뇌물을 내면 단련대에서 풀려나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뒤 또다시 이혼 재판 절차를 밟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돈 있는 주민들은 아예 이혼 재판 신청 초기부터 3000위안 정도를 내고 처벌을 피하기도 하는데, 3000위안이면 북한 시장에서 쌀 800㎏을 구매할 수 있는 거금이다. 이는 4인 가족이 한 해 동안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양으로, 일반 주민들로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액수다.

소식통은 “이러니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같이 못 사는데 갈라서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한다’, ‘돈 없으면 참고 살아야 하고, 돈 있으면 돈 내고 헤어진다’는 자조 섞인 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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