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높아진 北 주민들…여름 시장 노린 견본 작업 한창

부유층은 브랜드, 청년층은 가성비 중시…무역업자들, 유행할 상품 선점하기 위한 시장 조사에 '열' 

양강도 혜산시 인근 노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무역업자들이 중국에서 여름철 의류, 신발 견본품을 들여와 주민들에게 선보이며 시장 조사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온이 빠르게 오르는 추세에 여름 상품 수입 준비 시점이 예년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졌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무역업자들이 여름철 의류와 신발 견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유층과 청년층, 일반 주민 등 각 계층의 수요에 맞춰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혜산시 무역업자들은 최근 세관을 통해 여성용 원피스와 얇은 블라우스, 여름용 운동화와 구두 등 중국산 여름 상품 견본품을 반입한 뒤 상점과 장마당을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최근 북한 내에서 생산되는 의류, 신발의 품질과 디자인이 한층 개선돼 중국산도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내산과 비교해 가격, 품질, 디자인 면에서 확실한 차별성이 있어야 하기에 무역업자들도 어떤 상품이 주민들의 취향을 저격할지 고심하며 견본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가격이 눅다(싸다)고 대량으로 들여오거나 가격이 비싼 고급 상품이라고 마음대로 판단해 들여왔다가는 결국 팔지 못하고 퇴송(반품)해야 한다”며 “아무리 싸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판매가 쉽지 않으니 미리 반응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돈주’로 불리는 부유층은 과시형 소비 경향이 강해 이른바 ‘특가라’로 불리는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는 정보 공유가 빨라 특정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아, 무역업자들이 돈주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년층은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한 ‘가성비’ 중심의 소비 경향을 보이는 게 특징인데, 유행에도 매우 민감한 만큼 청년층의 취향을 먼저 읽고 상품을 확보한 무역업자들일수록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누가 어떤 견본품을 들여오느냐에 따라 사실상 시장을 독점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돈주나 청년들을 사로잡을 만한 상품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에 견본품을 보내는 중국인 업자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의 계층별 선호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곧 수익과 직결되니 판매나 유행 가능성이 큰 견본품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요즘 세관 장사를 하는 중국인들은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상품 시장과 의류 공장들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조선(북한)에서 요구하는 상품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져 그에 맞는 물건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 중국인 업자는 “과거에는 내가 보고 괜찮다 싶은 상품을 골라 견본으로 보내면 5개 중 4개는 통과됐으나 지금은 1개가 통과되기도 어려울 정도로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며 “조선에서는 외국 TV도 제대로 못 보게 한다는데 어떻게 갈수록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장사 방식이 단순 대량 판매에서 소비자들의 취향과 계층별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판매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상품 확보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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