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제 전면 도입했지만 인프라 부족…’무늬만 혁신’?

시설·설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심화 학습 어려워…"진로는 국가 배치에 따라 결정될 텐데" 회의론도

북한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이 올해 새 학년도부터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선택과목제’를 전면 도입한 가운데, 실제 교육 현장의 여건은 제도를 따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선택과목제는 각 학교가 문과·이과·예능·체육·기술 등 5개의 세분화된 전공 분야와 관련해 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과목을 구성하고 시간표를 편성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재량권이 부여됐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모든 학생이 국가가 정한 동일한 교육과정을 밟았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특정 전공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분야별로 한층 심도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북한 중등교육 체계의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선택과목제가 제대로 시행되는 곳은 일종의 영재학교인 도1중학교와 같은 단위일 뿐, 일반적인 고급중학교들은 여건이 잘 갖춰지지 않아 선택과목제 도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고급중학교는 문과조, 이과조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학생들을 임의의 교실로 이동시켜 수업받게 하고 있다”며 “분야별 전용 교실이나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학생들이 매번 교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히나 실험·실습이 필수인 이과 분야는 한계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학교에 물리·화학·생물 실험실 등이 별도로 갖춰져 있어도 이는 ‘보여주기용’일 뿐, 실험기구와 시약 부족으로 실험·실습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선택과목제 도입으로 이과 분야에서 실험·실습 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졌으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여건은 턱없이 부족해 결국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이론 교육에 할애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반면 예능 분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예능 분야 심화 교육을 위해서는 역시 음악실이나 감상 장비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는 학부모 동원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예능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집안을 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학교 측의 세외부담 요구에 부모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말했다. 집안의 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의 질이 결정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 보니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급중학교 졸업 후 진로가 개인의 희망이 아닌 국가의 배치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중등교육 단계에서의 전공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인재 육성을 강조하며 야심 차게 도입한 선택과목제가 현장의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 문제에 가로막혀 ‘무늬만 혁신’, ‘이름뿐인 간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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