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 아무리 단속해도 北 부유층은 ‘쿠쿠 밥솥’ 쓴다

단순히 성능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져 돈주들 중심으로 수요 여전…적발돼도 뇌물로 무마

양강도 혜산시의 한 가정집 부엌에 전기밥솥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부유층 사이에서 한국산 쿠쿠 전기밥솥의 인기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전기밥솥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당국의 단속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회령시와 청진시 등 도내에서 돈주로 불리는 집들 대부분이 밥을 지을 때 쿠쿠 밥가마(밥솥)를 쓴다”며 “단속 대상 제품인데도 경제력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로 경쟁하듯 쿠쿠 밥가마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전기밥솥이 대표적인 전력 과소비 제품으로 분류돼 단속 대상에 올라있다. 배전부에서 수시로 주민 세대를 돌며 전기 검열을 진행하는데, 특히 전기밥솥이나 전열기 사용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전기밥솥 사용 자체도 문제시되는데 가뜩이나 한국산 전기밥솥 사용은 전력 문제를 넘어 ‘비사회주의’로 취급돼 단속 위험이 더 크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적발 시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원래 전기 밥가마를 사용하다 단속되면 물건은 몰수되고 배전부에 불려 가 ‘전기를 낭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판서를 써야 한다”며 “그런데 쿠쿠는 한국 제품이라 비판서를 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안전부에 넘겨져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 부유층 사이에서 쿠쿠 밥솥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산 밥솥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쿠쿠 밥솥 자체가 부를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과시용 도구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돈주들은 단속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쿠쿠 밥솥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도 쿠쿠 밥솥을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뇌물을 건네 단속을 무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한 대응 방식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쿠쿠 밥솥의 음성 안내 기능을 중국어로 설정해 놓은 뒤 단속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소식통은 “겉모양만 봐서는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음성까지 중국어로 나오면 더 그렇다”며 “그래서 단속에 걸린 사람이 오히려 ‘중국 말이 나오는 거 안 들리느냐’, ‘이게 한국산이면 어떻게 내가 사서 쓸 수 있겠느냐’, ‘생사람 잡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넘어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북한) 사람들은 체면과 자존심을 중요하게 여겨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구별 못 하느냐’며 무시하는 투로 말하면 괜히 움찔한다”면서 “이런 심리를 이용해 오히려 단속 성원들에게 큰소리 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돈 있는 집들은 기업소에 뒷돈을 주고 전기를 끌어다 전기 밥가마를 사용하는데, 그러다 전기 검열에 나온 배전부 성원들에게 적발되기도 한다”며 “그런데 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중국 제품인데 무슨 근거로 한국 제품이라고 하느냐’고 맞서면 배전부 성원들도 어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배전부 역시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뇌물을 챙기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 속에서는 “전기 검열에 나서는 목적이 돈을 마련하려는 데 있다”는 말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문제 삼아봤자 돌아오는 것은 없으니 배전부 성원들도 못 이기는 척 뇌물을 받고 넘어간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한국 밥가마에서 한국말 음성만 나와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요새는 음성을 중국말로 바꿔놓고 사용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 것 같다”며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좋은 물건은 결국 한국산이라는 인식이 강해 돈주들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을 찾아 쓰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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