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개발 성과 올렸는데 비판 받은 IT 기술자들…왜?

국가가 허용한 틀 안에서 벗어났기 때문…"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보다 승인 절차 따랐는지가 더 중요"

/이미지=구글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북한이 최근 평양계명기술개발소 소속 기술자들을 평양에 집결시켜 사상투쟁 형식의 ‘비판 강습’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상으로는 기술 전습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비공식 프로그램 개발 및 유통 문제를 집중 추궁하며 기술자 집단에 경각심을 심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평양계명기술개발소 소속으로 평안남도 평성시, 평안북도 신의주시 등 전국에 퍼져 있는 기술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평양시에서 기술전습회가 열렸다”며 “겉으로는 기술전습회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상투쟁에 가까운 비판 강습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실제 기술자들을 한데 모아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각 기술자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식과 유통 경로를 하나씩 검토하는 구조였고 이 과정에서 총 11가지 비판 항목이 제시됐는데, 핵심은 국가가 허용하는 틀 안에서 벗어났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일부 프로그램이 정식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기존 통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기술 자체는 쓸모가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국가가 허용한 틀 안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며 “즉, 성과가 아니라 개발 방식과 통제 이탈이 문제의 핵심으로 다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내부에서는 정보기술 관련 분야에서 비공식적인 개발과 사용, 유통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그대로 둘 경우 중앙의 통제 체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시급히 비판 강습이 조직된 것”이라고 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통제와 규율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의가 몇몇 기술자들을 불러세워 강하게 지적하고 꾸짖는 사상투쟁회 형태로 진행되자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는 전언이다.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일부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개발을 시도하는데 있어 이전보다 훨씬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롭지 못한 기술 개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동료 기술자들이 공개석상에서 비판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사용 중인 프로그램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가 특정 기술자 몇 명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기술자 집단 전체를 겨냥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문제가 된 기술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던 기술자들 모두가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보다 그 기술이 승인 절차를 철저히 따랐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능력이 있어도 기준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비판 대상에 오른 기술자들은 당장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모두 기술 인재들이기 때문에 당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그러나 일정 기간의 평가와 반성의 과정을 거쳐 재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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