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물가 두 달째 고공행진…휘발유·경유 20% 안팎 급등

환율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한 유류 가격…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급등하고 공급량 감소한 영향인 듯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유소에서 포착된 중국산 주유기. /사진=데일리NK

북한 시장 물가가 두 달째 고공행진하고 있다. 쌀, 옥수수 같은 곡물가는 물론이고 환율과 수입 물가까지 일제히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등 유가가 큰 폭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 1㎏의 가격은 북한 돈 5만 9700원으로,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15일보다 17.5% 뛰어올랐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 시장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 수요가 높은 경유 가격은 휘발유보다 높은 폭으로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29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경유 1㎏의 가격은 5만 7800원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21.7% 급등했다. 신의주와 혜산 시장의 경유 가격 역시 2주 만에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는 것은 봄철 농번기를 맞아 농기계 가동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각종 건설 사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지방산업 공장 가동률도 전반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최근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도 북한 내 유류 가격 상승을 부추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란 전쟁 이후 중국도 원유 수입이 부족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다소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본보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북한에서 유류 급등 양상이 나타나자 당국이 이달 중순께 유가 폭등을 방어하기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치솟는 기름값 잡아라…유가 상승 위기에 북한도 발 빠르게 대처)

이 때문에 한때 1㎏에 6만원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이 다소 안정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당국도 유류 공급 감소에 따른 시장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달러나 위안 등 외화 환율은 유류에 비해 상승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은 5만 4200원으로, 2주 전보다 5.7% 상승했다.

북한 원·위안 환율은 달러 환율보다 상승폭이 컸는데, 지난달 29일 양강도 혜산의 원·위안 시장환율은 7600원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11.1% 상승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위안 환율의 상승폭이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달러나 위안 환율이 오르면 유류 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다 공급량까지 줄어 환율 상승폭보다 유류 가격 상승폭이 훨씬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서 식용유와 설탕, 밀가루 등 수입 식료품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식용유, 설탕, 밀가루 1㎏ 가격은 6만 5100원, 6만 4900원, 2만 7100원으로 각각 2주 전보다 3.8%, 4.2%, 6.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도 여전히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환율이나 수입 제품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다소 완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9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1㎏은 2만 5300원, 8700원에 거래돼 각각 직전 조사 때보다 2.4%, 8.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곡물 가격의 상승은 봄철 춘궁기와 맞물려 시장 내 식량 유통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특히 옥수수 가격 상승폭이 쌀보다 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량에 의존해 온 북한 서민층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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