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김정은 속내는? “두려움과 안도감 동시에 느낄 것”

[인터뷰] 류현우 전 대사대리 "미국이 김정은 제거 작전 실행에 옮길 가능성 거의 없다고 봐”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사진=본인 제공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37년간 철권 통치해 온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만 제거하면 핵 개발을 저지하고 정권교체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계산과 달리 중동 역학관계의 복잡성, 세계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 이란 체제의 집요한 저항이 맞물리면서 전쟁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메네이 사살 소식 이후 ‘미국의 다음 타깃은 김정은’이라고 반응하던 여론도 점차 ‘북한은 이란과는 다르다’는 분위기로 옮겨가고 있다.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속내는 어떨까. 김정은은 하메네이의 사적 공간까지 정밀 타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력과 군사 역량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을까. 반대로 끝까지 저항하며 전선을 중동 전역으로 넓히는 이란 지도부를 보며 나름의 교훈을 얻고 있을까.

며칠 전 서울 모처에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를 만났다. 북한에 있었을 때 외무성 소속으로 오랜 기간 중동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류 전 대사는 “하메네이가 사살됐다는 소식에 일단 김정은도 백이면 백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의 정찰 자산이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자신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류 전 대사는 “겁을 내면서도 이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북아 안보 지형이 흔들리고 세력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미국과 중국 모두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란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류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미국이 북한 김정은에 대한 사살 작전도 감행할 수 있을까.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그런 작전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을 제거한 뒤 북한 내부에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나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이란의 경우 친미 성향의 지도자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오랜 세월 동안 2인자나 정치적 적수가 없는 독재체제를 유지해 왔다. 북한은 야당이라는 게 없지 않나. 김일성의 수령 유일지배 체제를 위해 반대파의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낸 사회다. 김정은이 제거되면 한마디로 영도의 중심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사회가 그 즉시 아비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내부에서 헤게모니(Hegemonie, 주도권)를 잡기 위한 권력 싸움이 일어날 것이고 이런 혼란 속에서 수백만 명의 북한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북한 내부뿐만 아니라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도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란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인가.

“그렇다. 중동에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해도 함께 뒷감당을 해줄 수 있는 미국의 우방국들이 있다. 이스라엘을 비롯해서 걸프지역 국가인 바레인, 카타르, UAE 같은 나라들이 모두 미국과 친한 나라들이지 않나. 이란을 공습한 이후에도 중동 정세를 미국에 유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우방국들이 있다. 하지만 동북아는 다르다.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세력 균형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중 어떤 나라도 이 세력 균형에 균열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1961년 북한과 중국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조약을 맺었고, 2024년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두 가지 조약 모두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와 중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은 그런 조약이 없지 않나. 그런 점 때문에 김정은도 하메네이 피살 소식에 일단 백이면 백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지만, 겁을 내면서도 이란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란 전쟁에 대한 북한 간부들의 생각은 어떨까. 미국이 북한 체제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까.

“미국의 군사력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부용으로 발간되는 참고 신문이나 참고 통신에도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의 정밀타격으로 사살됐다는 정보는 담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의 정신적 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는 정도만 나왔을 것이다. 더욱이 이란 공습에 대한 영상이 보도되는 것도 아니고 해설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위급 간부라고 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더욱이 우리도 이렇게 미국의 공습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기는 어렵다. 대다수의 간부는 이란 전쟁을 남의 나라 일로 볼 것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북한과 이란의 유착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지금은 북한과 이란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과거에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미사일 기술을 이란에 전수해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란이 드론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에서 북한보다 더 앞선다. 북한이 이란에 뭔가를 팔 게 없다. 이란에 나가 있는 북한 주민들도 대사관 사람들, 무역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수의 정찰총국 인원 정도다. 이란 인구가 9000만 명이다. 그 나라는 북한의 노력(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나라다. 더욱이 이란은 깍쟁이 나라다. 페르시아 상인들의 후손 아닌가. 경제 계산이 철저하다. 손해 보는 거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북한도 이런 점을 알고 있다. 유엔 같은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해 줄 한 표를 얻기 위해 중동 나라들을 관리하는 것이지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로 얽혀서 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제로’다.”

류 전 대사는 평양외국어대 아랍어과를 졸업한 뒤 군복무를 거쳐 외무성 중동과에 배치됐다. 2010년 시리아에 파견됐으며, 2016년 10월에는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로 임명됐다. 북한의 핵개발로 쿠웨이트가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대사를 추방하면서 2017년 9월부터 쿠웨이트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로부터 2년 뒤 일련의 사건으로 망명해 2019년 9월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 김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조선노동당 39호실 실장 전일춘의 사위이기도 한 그는 최근 ‘김정은의 숨겨진 비밀금고’를 출간해 북한 수뇌부의 실상을 폭로하기도 했다.
Previous article“신체 건장한 것도 걱정”…졸업생 상당수 입대에 부모들 ‘한숨’
Next article北 무역업자들, 비싼 통화료 감수하고 중국에 ‘국제전화’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