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역업자들, 비싼 통화료 감수하고 중국에 ‘국제전화’ 건다?

중국 휴대전화 소지하다가 단속됐을 때 빠져나갈 구멍 만들려고 일부러 국제전화로 '위장 통화'

/그래픽=데일리NK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북한 무역업자들이 높은 통화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북한 전화로 중국에 국제전화를 걸고 있다. 중국 휴대전화가 있지만 이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위장 통화’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3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무역업자들이 단속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돈을 들여 조선(북한) 전화로 중국에 국제전화를 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북한 무역업자들에게 중국 휴대전화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합법적인 무역이든 국가밀수든 중국 대방(무역업자)과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중국 대방과 연락할 때 북한 전화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소식통은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조선 전화로 국제전화를 걸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나 이를 지키는 사람은 없다”며 “국제전화를 하면 통화비가 너무 비싼 데다 우리 쪽(북한)에서 전화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발신자가 요금을 전부 부담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주문하려면 최소 15분 이상 통화해야 하는데 국제전화 요금은 분당 12위안 정도라 10분만 통화해도 120위안이 나온다”며 “특히 1분 20~30초만 지나도 2분 요금이 나오는 구조라 통화를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결국에는 또다시 걸게 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국제전화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고 했다.

반면에 중국 휴대전화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북한 무역업자들이 선호해 온 수단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중국 대방이 선불 방식으로 북한 무역업자가 가지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 통화료를 충전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통화 가능 시간이 모두 소모되면 중국 대방이 알아서 충전해 주기도 하고, “전화비가 떨어졌으니 충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는 대부분 위챗(WeChat)이 설치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직접 통화 대신 위챗으로 물건 종류나 수량, 가격 등 필요한 내용들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중국 쪽에서 북한으로 물건을 보내거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물어야 할 때도 위챗으로 연락하면 확인이 쉽고 기록도 남아 거래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등 큰 정치 일정이 이어지면서 국경 지역 단속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에 북한 무역업자들이 북한 전화로 국제전화를 하는 ‘위장 통화’가 늘어났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과 거래를 하는데 국제전화 기록이 없으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중국 손전화가 적발되더라도 국제전화 기록이 있으면 여러 구실을 붙여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국제전화 기록을 남기려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걸렸을 때 “길에서 주운 것이라 작동 여부를 확인한 뒤 신고하려고 했다”라는 식으로 변명할 수 있고, 여기에 국제전화 기록까지 있으면 단순 경고나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무역업자들은 국제전화를 2~3분 정도 형식적으로 한 뒤 구체적인 거래 내용은 중국 휴대전화를 통해 따로 주고받는 방법을 쓰고 있다. 단속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중국 손전화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사용 방식만 더 교묘해질 뿐 완전한 통제나 근절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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