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칼럼] 조만간 ‘김정은 국가주석’ 탄생하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선거가 15일 실시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에 마련된 선거장에 방문해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국가주석에 취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진행된 김정은 개인숭배 강화와 신격화 작업, 그리고 최근 북한이 보여주는 정치 일정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북한에서 국가주석 직위에 올랐던 인물은 건국 지도자인 김일성뿐이다. 탈북한 전 노동당 간부에 따르면 김일성의 후계자였던 김정일은 경제 책임을 직접 떠안는 국가주석 직위 대신 국정 분야에서는 국방위원장 직위에 머무르는 방식을 선택했다. 2011년 말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할아버지 김일성의 복장과 이미지를 모방해 왔다. 이러한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장기적으로 국가주석 직위에 오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김정은 개인숭배를 강화하는 신격화 작업은 2024년 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024년 4월 평양에서 노동당 선전선동 부문 활동가 강습이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전당과 전 사회를 일색화하자”는 구호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북한을 방문한 한 전문가에게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리일환 노동당 비서는 “지금 김정은 혁명사상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선중앙TV는 같은 달 김정은을 찬양하는 신곡 ‘친근한 어버이’를 공개했다. 이어 2024년 5월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개교식을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초상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와 함께 교실과 건물 외벽에 걸린 사진을 공개했다. 같은 해 6월 말에는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의 초상 배지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됐다. 국영 매체들은 2024년 9월 무렵부터 김정은을 ‘국가수반’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격화 작업이 본격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또 하나의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임기 5년이 2024년 3월에 끝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예정대로 실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국가 정부 관계자들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 연기의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2월 열린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국가 운영이 순조롭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정은 동지만이 이룰 수 있는 역사적 공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을 당 최고지도자 직위인 노동당 총비서로 다시 선출하기도 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 당대회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영 매체가 2월 26일 보도한 당대회 결과 관련 장문의 기사에서도 두 인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전직 노동당 간부는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명확히 하는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대회가 2월 25일 폐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4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15일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법 제11조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최소 60일 전에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정을 고려하면 북한이 당대회 이후에 맞춰 선거를 실시하려고 일정 자체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김정은 체제를 강조한 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정치 구조를 정비하려는 흐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가주석 직위를 신설하거나 부활시키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 권한은 최고인민회의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헌법 제100조는 국무위원장을 국가의 ‘최고영도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이 직위를 맡고 있다. 만약 국가주석 직위가 새로 만들어진다면 기존 국무위원장 직위가 국가주석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선거 공고 후 60일을 기다리지 않고 선거를 서둘러 실시한 이유가 조만간 최고인민회의를 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선거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처음으로 모이는 최고인민회의 회의는 일반적으로 선거 약 한 달 뒤에 열리는 것이 관례인데, 북한은 선거 일주일 후인 3월 22일 첫 회의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김정은이 김일성과 같은 국가주석 직위에 올라 자신의 권력 기반을 상징적으로 완성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오는 4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제8차 대회 등 여러 정치 행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김정은 국가주석 시대’의 출범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월 평양국제마라톤에 외국인 참가가 허용되지 않은 배경에도 북한이 내부 정치 일정에 집중하려는 계산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물론 김정은은 이미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다. 직위가 총비서이든 국가주석이든 실제 권력의 범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제1비서, 국무위원장, 총비서 등 여러 직함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며 자신의 권위를 강화해 왔다. 탈북한 한 전직 노동당 간부는 “김정은은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으며 측근들 역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신격화 작업과 직위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체중은 최고지도자 취임 전 약 80㎏에서 한때 1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30㎏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의 체중 증가 원인에 대해 “권력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측근들은 최고지도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신격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정점이 국가주석 직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일성은 1972년 12월 헌법 개정을 거쳐 60세의 나이에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한국 통일부의 ‘북한 주요 인물 정보’에 따르면 김정은의 가장 유력한 생년월일은 1984년 1월 8일이다. 일부에서는 1982년 또는 1983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김정은은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하다.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직위나 권위 상징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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