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한 가운데, 선거를 전후해 외부 송금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이 일제히 활동을 중단하고 조직 행사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국경 지역 전반에 특별경비령이 선포됐다”며 “요즘 송금 브로커들은 단속이 조금이라도 강화되는 조짐만 보여도 활동을 멈출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분위기가 이상하자 바로 활동을 멈췄다”고 전했다.
경비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단속·적발되는 경우 단순 경제 범죄를 넘어 ‘간첩죄’로 정치적으로 다뤄질 수 있어, 선제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송금 브로커들은 그 대신 자신이 속한 조직의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문제없는 주민’으로 보이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회령시에서는 송금 브로커들이 인민반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모범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선거 기간에는 중앙당이 내려온 것 같은 분위기라 다른 마을을 이동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차라리 이런 때에는 활동을 잠깐 멈추고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이후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 송금 브로커들이 자발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보통 선거 때는 선거장 꾸리기 등에 드는 비용을 주민 세외부담으로 충당하는데, 이번에는 송금 브로커를 포함해 불법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령시에서는 그동안 인민반 단위에서 부과되던 선거장 꾸리기 세외부담이 내려지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일종의 ‘위험 회피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9년 채택된 ‘군중신고법’에 따라 주민 신고 체계가 강화되면서 불법 장사에 종사하는 주민일수록 주변 주민들과의 관계 관리가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인민반장이나 안전원, 보위원 등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졌다”면서 “신고 체계가 활성화되면서 관계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를 당하면 시끄러운 일을 겪게 되니 주민들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고, 이번에 송금 브로커들이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도 바로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또 다른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송금 브로커들이 선거를 전후해 일제히 활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혜산시 송금 브로커들의 움직임은 이달 초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해 10일 이후로는 아예 움직임이 없다는 게 양강도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소식통은 “지금은 처벌 수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데다 선거 기간에는 특히 더 강한 처벌이 적용된다”며 “이로 인해 송금 브로커들이 스스로 활동을 멈춰 위험을 피하고 있고, 이러한 행태는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송금 브로커들의 활동 중단은 특히 환전상들 사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체감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요새 외화 현물이 없어서인지 돈대(환율)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런 때 탈북민 가족에게 전달되는 돈이라도 들어오면 숨통이 트일 텐데, 지금은 아예 유입이 끊겼다는 말이 환전상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이 북한의 외화 유통과 환율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이 소식통은 “큰 정치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송금 브로커들의 활동 중단은 외화 시장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조금 있으면 활동을 멈췄던 이들이 활동을 다시 시작할 테고, 그 이후의 돈대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