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곡물, 수입품 등 북한의 시장 물가가 또 한 번 일제히 뛰어올랐다. 북중 간 여객 열차 및 항공편 재개 소식에 힘입어 북한 내 외화 수요가 급등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의 오름세가 가팔라 북한 주민들의 봄철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15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은 북한 돈 2만 4700원에 거래됐다. 앞서 이달 1일 조사 당시 가격인 1만 9700원보다 25.4% 급등한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등 다른 지역 시장의 쌀값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일까지만 해도 1㎏에 1만 5000원대였던 북한 시장 쌀값이 한 달 보름만에 64%나 뛰어오른 셈이다.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15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 가격은 8000원으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8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옥수수 가격은 2주 전인 이달 1일(7200원)보다는 11.1%, 올해 최저 가격을 기록했던 지난 2월 1일(3900원)보다는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환율의 상승과 비축된 식량의 소진, 곡물 생산량이 가장 적은 시기라는 계절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북한 내에서도 올해 들어 절량세대(絶糧世代·식량이 떨어진 세대)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촌에서 절량세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춘궁기는 보통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절량세대가 증가하는 속도를 보면 올해는 봄철 식량난이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북한 환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은 5만 1300원으로, 2주 만에 24.2% 급등했다. 지난달 1일 조사 당시 환율(3만 5700원)과 비교해 보면 43.7%나 올랐다.
달러보다는 상승폭이 완만하지만, 위안 환율도 빠르게 오르는 양상이다. 15일 기준 신의주의 북한 원·위안 시장환율은 6830원으로, 2주 전에 비해 17.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일과 비교하면 35.8% 오른 수치다.
이렇게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15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식용유·설탕·밀가루 1㎏의 가격은 각각 6만 2700원, 6만 2300원, 2만 5500원으로 2주 전보다 19~20%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시장의 환율이 급등한 것은 지난 12일부터 베이징~평양 간 양방향 여객 열차 운행이 재개된 데다 오는 30일부터 베이징~평양 간 항공편 운항도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외화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무역일꾼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중단됐던 국가밀수도 조만간 재개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중 간 인적 교류가 본격화되면 그만큼 물류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중 여객 열차와 항공편 재개가 북한 시장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북중관계 회복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의 대외 관계가 확대되고 관광 등 새로운 사업이 육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인적 왕래가 증가하면 물동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보따리상들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국경 지역부터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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