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곳곳에서 주민 세대를 대상으로 유선방송 장비 설치 여부와 수신 상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선방송은 노동당의 정책과 노선을 선전·주입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를 빈틈없이 유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함흥시의 인민반들에서 ‘(유선)방송 검열을 진행할 예정이니 방송 장비가 없거나 고장 난 세대들은 빨리 대책을 세우라는 포치(지시)를 내렸다”며 “실제로 최근 함흥시에서는 방송 장비 설치 여부와 수신 상태에 대한 세대별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검열은 인민반장과 동사무소, 인민위원회 일꾼들이 각 세대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각 세대를 돌며 유선방송 장비가 설치돼 있는지, 잡음 없이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유선방송은 최고지도자의 활동과 국가 정책을 주민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핵심 선전 도구다. 방송을 통해 사적인 공간인 가정에까지 당의 정책과 노선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모든 세대는 스피커와 같은 유선방송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방송은 통상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송출되는데, 이는 주민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당국이 발신하는 메시지를 청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유선방송 장비 설치 여부와 수신 상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최근 열린 9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당의 정책과 노선을 주민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은 유선방송을 잘 청취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방송이 있어도 제대로 듣는 세대는 5세대 중 1~2세대도 되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방송 장비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최근 검열이 예고되면서 주민들이 뒤늦게 수리하거나 교체하려고 바삐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에 주민들 속에서는 불만도 쏟아졌다. 소식통은 “방송 장비 가격이 개당 (북한 돈) 1만 5000~2만 3000원 정도인데, 그 돈이면 강냉이(옥수수) 2㎏ 넘게 살 수 있는 금액”이라며 “평소에도 잘 듣지 않는 방송을 위해 돈을 들여 장비를 사야 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방송 장비 수리나 교체에 나서는 이유는 검열에 걸리면 해당 세대가 공개 망신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인민반 전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선방송 검열은 현재 함경북도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를 비롯해 농촌 지역 인민반들에서도 방송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며 “당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주민들이 조직별 학습에 시달리는데, 집에서도 방송을 통해 같은 내용을 들으라고 하니 누가 반길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대들은 방송 장비 수리나 교체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고장 난 장비를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면 불만이 없겠다”,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에 또 돈을 들여 장비를 사야 하니 한숨만 나온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당의 메시지를 지속 청취하기를 원한다면 국가에서 방송 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한편, 최근 진행되고 있는 유선방송 검열은 당대회 문헌 학습을 강조하는 분위기와도 맞물린 조치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3면에 실은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 문헌을 깊이 학습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 전망계획 기간 실제적인 변화와 실질적인 전진을 가져오기 위한 어길 수 없는 첫 공정이 바로 당 제9차 대회 문헌의 사상과 진수로 튼튼히 무장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당분간 주민 대상 방송과 문헌 학습, 강연회 등을 통해 9차 당대회 결정 내용을 반복 주입하며 사상 통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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