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일성-김정일주의’ 가고 ‘김정은의 사상’ 전면 등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당 제9차 대회 기념행사를 장식한 대공연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가 평양체육관에서 연일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대회 열병식 참가부대 지휘관, 병사들과 수도의 근로자들, 청년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혁명사상에서 김정은의 사상으로

9차 당대회 이후 북한 매체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사라졌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9차 당대회 전망에 대해 글을 쓰면서 김정은의 지위 변동 가능성을 예측했었다. ‘김정은의 당’, ‘수령 공식화’, ‘김정은주의’ 대두였다. 9차 당대회 이후 현재까지 검토해 보면, 이 세 가지가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중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 ‘김정은주의’ 대두였는데, 의외로 당대회 기간 중에 가장 빠르게 확인되었다.

물론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주의’로 아직 표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동지의 사상’이라고 적시하기 시작했다. 9차 당대회 이전에는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라고 표기했었다. 9차 당대회 기간 중에도 그렇게 표기했다. 아래는 2월 22일에 김정은을 총비서로 재추대하자는 리일환 당비서의 제의서(노동신문 2.23 기사) 내용의 일부이다.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 천명한 새시대 당건설의 5대로선은 창당의 리념과 정신을 순결하게 계승하여 조선로동당의 만년대계를 담보하기 위한 우리 당건설에서 중대한 리정표로 되였습니다.”

이처럼,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라고 표기했었던 북한 매체이다. 그런데 이 제의서에서는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독창적인 사상’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통속적이며 가장 인민적인 김정은동지의 독창적인 사상리론들은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위대한 발견들이며 이는 우리의 귀중한 혁명적재부로, 세월을 이어 영원히 찬양받을 현시대의 가장 강령적인 지침으로 됩니다.”

“지난 5년동안에 발표된 연설문헌들, 보고와 결론, 담화와 서한들은 김정은동지의 정치리념과 독창적인 사상, 리론, 방법들을 집대성한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철두철미 이에 기초하여 강대하고 문명한 사회주의국가를 일떠세우게 될 것입니다.”

이미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계승하고 심화·발전시킨 것이라고 제시해 왔는데, 위 문장은 ‘계승’보다는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과학적’이라고 한 만큼 확실히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가장 으뜸으로 평가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북한이 당·국가의 지도 이념을 ‘김일성-김정일주의’에서 ‘김정은의 혁명사상’ 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을 확인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당대회가 폐막(2.25)하고 이틀 후에 진행된 당대회 참가자 강습회(2.27)에서 그것이 분명해진다.

“그들은 당중앙의 유일적령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하는 것을 제일사명으로, 신성한 의무로 여기고 김정은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받드는데서 핵심, 중추가 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전체 강습참가자들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일심충성으로 받들어 당대회결정관철투쟁에서 무한한 책임성과 능숙한 지도력, 드팀없는 실천력을 발휘해나갈 드높은 열의에 넘쳐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존의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 ‘김정은동지의 사상’으로 바뀐 것이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아니라 그냥 ‘김정은의 사상’이 되었다.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은 ‘김일성-김정일주의’와의 공존(양립)의 성격이 있지만, ‘김정은의 사상’은 유일성을 가리킨다. 즉,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대체하는 ‘김정은주의’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해 주듯 ‘김정은의 사상’이 등장하면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북한 매체에서 사라진 김일성김정일주의

노동신문에서는 당대회 기간 중인 2월 23일까지만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나타났다. 2월 22일 김정은에 대한 총비서 재추대 제의서(리일환 당비서)에서다.

“우리 혁명이 자기의 명맥을 굳건히 고수하면서 새로운 발전단계의 방대한 투쟁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하자면 당의 령도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하며 이것은 김일성김정일주의위업에 가장 충직한 계승인, 특출하고 세련된 수완을 지닌 위인에게 령도의 책무를 맡길 때만이 훌륭히 실현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위대성과 뛰어난 영도력을 내세우는 데 사용된 ‘김일성-김정일주의’이다. 또한, 김정은에 대한 총비서 재추대 결정서(2.22)에도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나온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우리 당의 지도사상으로 확고히 틀어쥐시고 당건설과 당활동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일으켜 사상과 령도의 유일성이 실현된 강위력한 정치적참모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고 인민대중과 혼연일체를 이룬 불패의 당으로서의 조선로동당의 혁명적성격을 철저히 견지하시였다.”

김정은의 업적을 내세웠지만, 정확히는 지난 5년 동안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철저히 실현했다는 의미이다. 즉, 과거형을 가리킨다.

이렇게 2월 23일 노동신문에서 표기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그 이후부터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9차 당대회 관련 종합보도인 장문의 기사(2.26)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이 기사 또한 ‘천재적인 사상이론’이라며 ‘김정은의 사상’을 부각시켰다. 2월 26일에 실린 김정은의 9차 당대회 폐회사(2.25)에서도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25일 밤에 열린 9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27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2.26) 기사에서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주의위업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라고 하면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적시했다. 정확히는 뒤에 ‘위업’이 붙은 만큼 달리 봐도 무방하다.

9차 당대회 이후 전개된 군중시위(2.27) 및 9차 대회 참가자들 강습회(2.27)에서도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사라졌다. 앞서 밝힌 대로 강습회에서는 김정은의 사상과 영도에 ‘일심충성’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이처럼 9차 당대회 결정이 ‘김정은의 사상’으로의 일색화(한 가지로 고정)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3월 들어서 가장 많이 실리는 기사가 9차 당대회가 제시한 사상과 과업을 깊이 체득하자라면서 정작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정은의 사상으로의 일색화 함의

9차 당대회 결정으로 ‘김정은의 사상’이 전면에 등장했다. ‘김정은의 사상’을 ‘김정은주의’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칼럼 서두에 필자는 9차 당대회 전망으로 세 가지를 예측했다고 했다. 그중 가장 가능성을 낮게 봤던 ‘김정은주의’ 대두가 현실화되었다.

‘김정은의 사상’에 유일성이 부여된 만큼, ‘김정은의 당’, ‘김정은의 수령 공식화’는 시간문제이다. 아니, 이미 다 완료되었을 것이다. 단지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3월 3일 노동신문은 <정치용어해설> 코너에 ‘당사업체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령’이라는 용어를 다섯 차례나 사용하는데, ‘사상’과 연결시켰다. ‘수령의 사상’이라고 표기했다.

“당사업체계는 로동계급의 당의 성격과 사명에 비추어볼 때 수령의 사상과 령도의 유일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사업체계로 되여야 하며 사람과의 사업을 잘하여 인민대중의 혁명적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으로 발양시키는 사업체계로 되여야 한다.”

이젠, 북한이 ‘김정은의 사상’을 앞세운 만큼 여기서의 수령은 ‘김정은’을 가리키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개정된 당 규약에 필자가 전망한 세 가지 모두가 명문화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졌다. 이미 ‘위대한 김정은시대’라고 선언했던 만큼 이 세 가지는 여기에 딱 걸맞은 것들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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