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갇힌 인권] 감시 체계와 강제귀국, 사라지는 노동자들

<편집자주>
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중국 지린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초국가적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동안 중국 등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억압적 환경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감시와 통제, 그리고 처벌 구조가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속에서 한층 더 조직화·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5년 9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밀착되는 흐름 속에서, 중국에 파견된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감시·통제와 강제귀국 체계가 이전보다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단속 강화가 아니라, 북중 협력 구조 속에서 해외파견 노동자 관리가 사실상 행정 절차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주하면 강제귀국, 그리고 ‘실종’… 개인 처벌에서 가족 연좌로

중국 내 북한 해외노동자가 도주를 시도할 경우, 그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강제귀국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귀국 이후다. 데일리NK는 중국 내 수산공장의 강제노동 문제를 조사하던 과정(보고서 참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뒤, 북한으로 송환된 이후 가족이나 지인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사례들을 확인했다.

“2023년 6월에 같이 일하던 동무 한 명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붙잡혀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조용히 대사관 사무실로 불려갔고, 이틀 만에 귀국했다고 들었습니다. 집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번 돈과 월급도 전부 회수됐습니다.”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증언)

이처럼 강제귀국 이후 노동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실종’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들이 교화소,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한다.

처벌은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탈출이나 규율 위반이 발생할 경우, 해당 노동자의 가족까지 연좌제 형태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은 노동자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족의 당적 문제, 과거 행적, 친인척 관계까지 문제 삼아 노동자 본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탈출하다가) 잡히면 본인은 징역형이고 가족은 추방입니다.
한 명이 강제로 추방당했는데, 그 동무 가족 중에 오빠인지 누가 교화소에 들어가서 그 일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증언)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탈출을 시도하기는커녕, 외출이나 외부 접촉 자체를 극도로 꺼리게 된다. 도주가 곧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주입되기 때문이다.

처벌 사유의 확산과 일상화…사상강연 강화와 보위원 증원

처벌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도주 시도뿐 아니라 무단외출, 작업 지시 불이행, 태도 불량, 사상 문제, 심지어 가족의 정치적 문제까지 처벌 사유로 적용된다. 중국 내 수산공장 현장에서 확보된 노동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러한 규율 위반은 모두 ‘보위부 보고 대상’으로 분류된다.

규율 위반이 발생하면 현지 북한 관리자 또는 중국 공장 관리자가 즉시 북한 보위기관에 통보하고, 중국 공안이 체포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과거처럼 현장 재량이나 비공식 처리에 맡기던 방식은 점차 사라지고, 보다 정형화된 협조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이 같은 통제는 물리적 감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해외파견 노동자들은 정기적인 사상강연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다. 탈출 사례, 처벌 사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공포를 조성하고, 충성심과 복종을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출신인 탈북자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출국하기 전부터 이미 강력한 통제와 처벌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증언했다. 그는 “해외에 나오기 전 보위부 주도의 강습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면서 “대한민국 대사관의 위치, 납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선전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려준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간 뒤 새로 교육을 받기보다는, 출국 이전 단계에서 공포를 강하게 주입한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 교육의 핵심은 개인 처벌이 아니라 가족 연좌에 대한 강조다. “도망가면 본인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가족 3대가 처벌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며 “본인 처벌보다 가족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더 강하게 주입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도 언급했다. A씨는 보위지도원을 통해 전해 들은 사례라며, “2018년 한 노동자가 회사에서 이탈했다가 체포돼 강제송환된 뒤, 본인에 대한 형사 처벌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이 평양에서 추방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이 해외파견 노동자를 감시하는 보위원 인력을 대폭 증원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4배까지 증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는 노동자 개개인의 일상까지 밀착 감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감시하는 보위원 최대 4배 증원 검토)

/그래픽=데일리NK 기획취재팀

북중 공조로 더 촘촘해진 통제망

중국 공안 기관과 북한 보위기관 간 협조 체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탈북 브로커를 회유하거나 탈북 루트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중국 내 탈출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북한 노동자와 탈북자 사회 전반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바로 가기 : 中 공안, 브로커 회유해 ‘탈북 루트’ 장악…한국행 포기 속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통제 시스템”으로 규정한다. 북한의 억압이 중국이라는 공간에서 중국 당국의 협조 속에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양국 협력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는 것이다.

사망 사례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로와 영양실조, 작업 중 사고,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안은 북한과 중국 측 관리자 간 협의 아래 처리된다. 외부의 독립적인 조사나 검증은 사실상 배제된다.

“북한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면 즉시 공장 관리자와 북한 측 관리자가 협의합니다. 사망 원인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뒤 화장하고, 유골단지를 현장에 보관하거나 북한으로 송환합니다. 보상 여부나 장례 절차도 두 나라 관리자 합의로 결정됩니다.”
(중국 공장 관리자 증언)

문제는 이러한 사망 처리 과정이 전적으로 이해관계자 간 합의에 의해 종결된다는 점이다. 사망 원인과 책임 소재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과로와 안전사고, 관리 부실 등 인권 침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통제 구조를 단순한 노동 관리 문제가 아닌,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초국가적 억압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감시와 처벌, 강제귀국과 실종, 그리고 조직적인 은폐까지 이어지는 이 구조에 대해 국제사회가 보다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는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가 노동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여권 압수, 집단 거주, 이동 통제와 같은 자유권 억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파일러는 “북한 노동자들은 외부 세계의 기준에서 충분한 노동 권익을 보장받지 못함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비판할 수 없으며, 불응이나 저항 시 북한 관리자로부터 처벌이나 임시 구금, 그 이상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중국 현지에서 북한 법일꾼의 사법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동 통제와 온라인 위협을 통한 대리 강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초국가적 억압 환경이 파견 이전부터 이미 구조화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인질화 구조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북한 및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질의와 문제 제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