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그루빠’ 단속 강화…학생들은 되레 단속원 ‘약 올리기’에 신나

이어폰 끼고 다니다 단속원 보이면 달아나는 척, 검열하면 아무 것도 안 나와…우회적으로 반발심 드러내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규찰대원이 길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연말을 맞아 북한 전역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 단속 조직인 ‘82그루빠’(82연합지휘부) 성원들이 단속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청년들은 단속원들을 은근슬쩍 골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최근 회령시·청진시 등에서 82그루빠의 단속이 거세게 벌어지고 있는데, 청년들의 반응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요즘 청년들은 단속원들을 약 올리는 행동으로 단속에 대한 반발심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사이에서 이런 행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는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귀에 레시바(이어폰)을 걸고 다니다가 단속원이 나타나면 갑자기 달아나는 척하며 일부러 단속원들의 시선을 끄는데, 막상 단속원들이 붙잡아 검열을 해보면 손전화기(휴대전화)나 소지품에서 단속될 만한 게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며 “단속원들을 사실상 헛수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단속원들은 학생들을 그냥 되돌려보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뒤돌아서서 “골려 먹는(놀리는) 데 성공했다”라고 킥킥대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눈치챈 단속원들은 놀림당했다는 생각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을 처벌할 근거도 없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단속원들이 단속 활동에 회의를 느끼거나 이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단속원이 부르기만 해도 겁을 먹고 말없이 하라는 대로 따르던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처벌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잘 알아 되레 단속원을 우롱하고 있고, 이에 단속원들도 당황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행동은 북한 사회 특성상 단속이나 검열에 직접적으로 반항하거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반발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단속원을 절대적 권력자로 받아들이는 기성세대와 달리 학생·청년층은 단속원들의 권위를 겉으로 인정하는 척만 한다는 점에서 사회 통제에 대한 대응에서 세대 간 뚜렷한 차이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82그루빠는 최근 불순녹화물 단속에 열을 올리며 정해진 시간 없이 인민반 세대에 들이닥쳐 한국 영화·드라마·노래 등 외부 콘텐츠에 대한 고강도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평소에는 (인민반 세대 검열이) 많으면 하루 두 번이고 아예 하지 않는 날도 있는데, 이번 달 들어서는 하루에만 서너 번씩 주민 세대를 돌며 하나라도 적발하려고 악을 쓴다”고 했다.

길거리 단속도 한층 강화돼, 82그루빠가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학생부터 50~60대 노년층까지 가리지 않고 불러 세워 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렇게 단속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젊은 층은 새로운 방식으로 단속원들에 맞서 반항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반항기가 많은 고급중학교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자식들이 괜히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문제시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속 강도가 높아질수록 젊은 층의 반발 심리는 더 자극된다”면서 “고무줄을 너무 당기면 끊어지듯 젊은 층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는 걸 위에서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