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만 그럴 듯”…신의주 표준약국에 주민들 실망 쏟아져

의약품 부족하고 고가 건강식품 판매…"주민 건강 챙기기보다 의료 체계 장악하려는 조치로 보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7월 26일 “신의주시에서 인민들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게 될 표준약국을 새로 일떠세웠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보건·의료 현대화를 내세우는 북한이 ‘표준약국’의 전국적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평안북도 소재지인 신의주시에도 표준약국이 건설돼 운영 중이지만, 주민들 속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약품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약값도 비싸 실질적인 주민 건강 개선 효과보다 선전용 사업이라는 지적이 많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 본부동에 자리 잡고 있는 표준약국은 지난해 10월 10일(당 창건일)부터 본격 운영됐다. 행정적으로는 평안북도 인민위원회 보건국 직속이며, 당적 지도는 평안북도 당위원회가 맡고 있다.

표준약국 내 의약품은 대부분 내각 보건성이 계획량을 정해 공급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수입 약(10%)은 보건성 지령을 받아 평양 서포지구 의약품 창고에서 가져오고, 국산 약(50%) 역시 보건성의 계획에 따라 전국 제약공장에서 공급된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를 차지하는 고려약(40%)은 약초관리소에서 수매한 약초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 표준약국 내부는 약 판매대, 처방 검사대, 약 제조 공간, 건강식품 코너, 붕대·체온계 판매대 등으로 나뉘어 있어 겉보기에는 ‘현대식 약국’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당국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배려로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만든 현대식 약국”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 같은 구호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일단 현지에서는 “약국에 원하는 약품이 없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약국이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채워 넣을 방법은 거의 없고, 중앙(보건성)에서 오지 않으면 그대로 품절 상태가 되는 구조에서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의약품은 부족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 수 있는 약은 별로 없다”면서 “말만 표준이지 생활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이다. 같은 아스피린을 예로 들면 시장보다 1.5배 비싸다고 한다.

소식통은 “약국에서 파는 약은 그래도 국가에서 내놓은 정품이라고 하니 믿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문제는 건강식품 가격”이라면서 “인삼 음료나 혈압·혈액순환 보조제 같은 건 가격이 너무 높아서 일반 주민은 사실상 살 엄두도 못 낸다”고 전했다.

약값은 원칙적으로 내화(북한 돈)로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식품류의 경우 약국에서는 외화 거래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당국이 밝힌 표준약국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약값이 워낙 높고 외화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향후 전사자 가족이나 간부 등 특정 대상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현재는 약국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정부패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약 빼돌리기나 가격 부풀리기 같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표준약국도 식량 유통 통제를 목적으로 만든 ‘양곡판매소’와 유사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약품의 모든 공급을 국가가 계획하고, 판매 가격도 국가가 결정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시장에서 개인이 약을 유통하던 구조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양곡판매소를 내세워 식량을 다시 정부가 쥔 것처럼, 이제는 약품하고 의료기구까지 국가가 통제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면서 “주민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시장에 퍼져 있던 의료 체계를 다시 국가가 거둬들여 장악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 2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청진시 수남구역의 표준약국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약은 팔지 않고 생뚱맞게 보약을 권유해 원성을 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표준약국은 보약 판매소?…생뚱맞게 보약 권해 주민들 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