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국은 보약 판매소?…생뚱맞게 보약 권해 주민들 원성

감기약 달라니 보약 추천하고 검사 요구하며 판매 거부하기도…주민들 "장마당 단속이나 말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7월 16일 “인민들의 건강증진을 제일가는 중대사로 여기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에 떠받들려 전국적으로 표준약국 건설이 힘있게 추진되는 속에 평양시에서 구역, 군들의 표준약국 건설을 성과적으로 결속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의료체계 개선을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표준약국을 건설하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여러모로 약 구매에 불편을 겪어 이에 큰 실망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진시 수남구역에 표준약국인 수남약국이 도(道)의 본보기단위로 건설됐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사겠다고 하는 약은 팔지 않고 생뚱맞게 보약을 권유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독감이 확산하면서 감기약을 찾는 주민들이 늘어 장마당 감기약 가격이 급등해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장마당에서 수입 감기약은 5000원에서 1만원이고 국내산 아스피린(10알)은 2만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표준약국에서 파는 약이 장마당보다 좀 눅다(싸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표준약국을 찾아 진열장에 있는 아스피린을 사겠다고 하자 판매원은 ‘진열된 거라 팔지 않는다. 건강하려면 보약을 먹어야 한다’면서 뚱딴지같이 보약을 추천했다”고 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경험담은 곧 청진시 전체에 퍼졌고, 이에 일부 주민들은 “역시 국가에서 하는 일은 그냥 선전용일 뿐”이라면서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어떤 주민들은 “가격이 비싸도 우리 몸엔 장마당이 맞다”면서 “(국가가) 장마당에서 약 파는 것을 단속이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주민들은 표준약국이 간단한 약 구매에도 과도한 절차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한 주민이 소화제를 사려 표준약국을 찾았는데 ‘검사를 거쳐야 한다’며 약 판매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며 “이 주민은 ‘그냥 체한 것이니 소화제를 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검사를 운운하며 계속해서 판매를 거부해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은 “약국에서 이런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표준약국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이미 굳어졌다. 진열장에는 다양한 약들이 놓여 있지만 실제로 판매되는 것은 보약뿐이라 결국은 돈벌이를 위한 보약 판매소라는 게 주민들의 평가”라며 “불필요한 검사 절차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주민들의 부정적 평가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했다.

표준약국 건설 사업은 코로나 시기인 지난 2022년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한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 실태를 파악하고, 지역별로 표준이 될 현대적인 약국을 건설할 것을 지시한 데 따라 본격화됐다.

초반에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표준약국 건설 사업은 이후 전국 단위로 확대됐고, 실제 주요 지역 곳곳에 건설돼 현재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