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앞둔 北 학생들 ‘의대’ 선호…생존 위한 선택

성분 영향 덜 받고 안정적 수입 얻는 의사 되고자 의대 진학 원하는 학생들 점점 많아져

평양의학대학
평양의학대학. /사진=’echo of truth’ 유튜브 화면캡처

오는 3월 졸업을 앞둔 북한의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의학대학이 가장 가고 싶은 대학으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마당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직업인 의사가 각광받으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대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함흥시 고급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은 의학대학”이라면서 “의학대학은 원래도 인기가 좋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선호도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수천 달러에 이르는 뇌물이 필요한 데다 졸업까지 최소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려 입학 후에도 지속적인 경제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더욱이 의대는 실습 과정이 많아 다른 대학에 비해 학업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이 없으면 진학은 물론 졸업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의사가 경제적 안정성이 보장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는 주민들이 병원을 찾기보다 개인 의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약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생활 수준이 높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고, 그래서 의사는 결혼 상대로도 인기가 높아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의학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장마당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의대에 진학해 의료 기술을 배워 안정적인 수입을 얻길 바라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에서는 ‘성분’이 좋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높은 직책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예컨대 탈북민 가족의 경우 ‘월남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혀 승진 등에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성분의 영향을 덜 받아 성분이 좋지 않은 집안의 자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의대 진학은 단순한 직업적 목표에 국한되기보다는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생존 전략 차원의 선택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한에서 의대 진학은 학업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권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학생이 의대를 희망하더라도 실제로 입학하는 인원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이나 간부 집안 자식들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의 한 40대 주민은 올해 자식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2500달러(한화 약 362만원)의 뇌물을 썼다.

이 주민은 “달랑 하나뿐인 자식을 우리처럼 매일 눈뜨면 먹고 살 걱정으로 살게 할 수는 없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고민했고, 의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고민 끝에 의학대학에 보내기로 결심하고 1년 전부터 사업을 해 (자식이) 올해 4월에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의) 입학을 앞두고 기쁘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6년간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된다”면서 “특히 의대는 돈 많은 집 자식들이 다니는 대학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