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평안남도 북창군에서 남북 체제를 비교하며 처지를 비관하는 발언을 한 주민이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로 해당 지역 사회의 분위기가 바짝 얼어붙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창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박모 씨가 이달 초 아침 가족들과 함께 보위부에 끌려갔다. 이 사건은 크게 화제가 됐고 후에 박 씨가 말 반동으로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박 씨는 앞서 지난달 말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 3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영화나 연속극(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남조선(남한)은 너무나 잘 사는데, 우리는 너무 못살지 않나.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발언을 했다.
박 씨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동료 중 1명이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문제시 됐다.
이후 보위부가 이달 초 박 씨의 집에 들이쳐 가택수색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다수의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가 발견돼 박 씨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그길로 보위부에 연행됐다.
박 씨와 그 가족들이 붙잡혀 간 시각이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여서 이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이 적지 않았고, 이에 주민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은 “불법 행위를 해서 하루아침에 관리소에 끌려간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가족까지 모두 잡혀가는 모습을 직접 보니 오싹하다”, “혹여나 애들이 나가서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니 입조심을 시켜야겠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 대부분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북한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박 씨보다 그를 신고한 동료를 비난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같은 기업소에 다니는 동료끼리 술자리에서 편하게 얘기를 한 것인데, 그것을 보위부에 신고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며 신고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한편, 보위부는 박 씨와 술자리를 한 동료들도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에 관한 수사가 기업소나 지역 단위로까지 확대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보위부에 일러바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사람들은 혹여나 이번 사건으로 보위부의 조사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