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열흘간 열차 운행 중단…승객들 꼼짝없이 발 묶여

탈선 사고 예방 위해 운행 중단 결정…열차 멈춰선 지역 주민들, 국수 삶아 승객들에 제공하기도

북한 자강도의 한 지역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지역에 폭설과 강추위가 겹치면서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주요 철도 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철도성은 폭설과 강추위로 인한 탈선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차 운행을 중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주요 노선의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북한에서는 노후된 철도 시설과 전력 부족 등의 문제로 열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은 함경북도 김책시와 청진시 및 나진시 그리고 자강도와 양강도 지역에서는 겨울철이면 상습적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중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순까지 이어진 폭설로 선로가 얼어붙으면서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탈선 사고의 위험성이 커지자 철도성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철도 전면 운행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갑작스러운 철도 운행 중단 지시에 열차를 이용 중이던 승객들은 꼼짝없이 타지에서 발이 묶이게 되는 상황을 겪게 됐다. 기차가 멈춰 선 지역에서 며칠씩 숙식하면서 기차 운행 재개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당국이 열차 중단 기간을 열흘로 못 박으면서 여비가 부족한 승객들은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에 노출됐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인지 북한 당국은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함경남도 길주군에서는 열차 승객들에게 삶은 국수를 배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배급된 국수는 현지 인민반 세대들이 세외부담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배급하려다 보니 너무 오래 끓여 퉁퉁 불어난 국수가 배급됐다”면서 “극심한 추위 속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없으면 며칠씩 굶어야 하는 상황이라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국수를 먹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일부 승객들은 어린아이들과 연로한 노인들을 위해 자신의 여비로 빵을 사서 나눠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식량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여비가 충분한 사람이 많지 않아 대부분이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열차 운행이 재개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열차 운행은 10일 저녁부터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열차 운행 중단 기간 동안 주민들이 동원돼 철길에 쌓인 눈을 치웠다”며 “일단 당장은 운행할 수 있겠지만 다시 눈이 많이 내리고 전력에도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또 노상에서 며칠씩 지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로는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도 열차를 이용하면 보통 5~7일이 걸리는데, 이번에는 폭설로 인해 가까운 거리도 열흘 이상 소요되고 있다”면서 “여행증명서 발급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어렵게 출발한 후에도 노상에서 고생해야 하니 열차 이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