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에 무기 공급·병력 지원 확대 중…북러 밀착 노골화

당중앙군사위원회, 전술 미사일부터 병력 지원 계획 담은 명령서 하달…관련 기관들 실행 착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노골화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무기 및 병력 제공 규모와 군사 기술 협력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당중앙군사위원회 명령서를 관련 기관에 하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10일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2일 오후 5시, 전날(1일) 결정된 명령서를 국방성 장비총국, 당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미사일총국, 군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에 하달했다”며 “명령서에는 ▲로씨야(러시아)에 제공할 무기 규모 및 품명 ▲군사기술 지원 및 협력 방식 ▲전쟁 지원 병력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전했다.

명령서가 하달된 데 따라 관련 기관은 본격적인 무기 및 병력 제공 준비와 군사 기술 협력 실행에 착수한 상태다.

소식통은 “명령서는 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국방성 장비총국과 제2경제위원회는 포탄 생산·수출을, 군수공업부 기술 개발 부서와 미사일총국은 군사기술 협력을, 군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은 로씨야 지원 병력 준비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성 장비총국과 제2경제위원회는 내달 초부터 3월 말까지 152㎜, 122㎜ 포탄 수십만 발과 전술유도무기(KN-23), 초대형방사포(KN-24)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기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계획을 승인받아 집행에 들어갔다.

해당 명령서에 따른 군사 지원이 실행됨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군의 극심한 무기 소모 속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무기 및 병력 제공은 전황(戰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명령서에는 군수공업부와 미사일총국이 러시아와의 군사기술 협력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지시가 포함돼 있는데, 이에 따라 북한 국방기술 실무 대표단이 지난 4일 러시아를 방문해 이미 양측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로씨야는 우리(북한)에게 미사일 정밀 유도 기술, 항공기 조립, 레이더 체계 핵심 기술을 2~3월 중 제공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민군 공군력 증강을 위해 지난해 2월 로씨야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는데 명령서에는 이것이 성사될 경우 항공기 조립 실무 생산 공정화를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전했다.

북한 대표단은 러시아 방산업체 및 국방 기술자들과 협력해 기존 전투기(MiG-29, Su-25)의 성능 개량과 조립, 레이더 첨단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정밀 유도·사거리 연장 기술, 항공기 개량·조립 기술, 레이더 감시·조기경보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미사일 방어망 회피 가능성 증가와 제공권 격차 축소, 정찰·공격 작전 대응력 강화로 이어져 한반도의 군사 균형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명령서에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병력 지원 가능성도 포함됐다. 소식통은 “이번 명령서에 따라 2월 초부터 전자정찰 특수전 부대와 기계화병 및 공병부대를 러시아 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이 현재 면밀히 기획·집행 중”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은 단순한 전술적 조치가 아니라 북·러 군사협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며 “이미 무기 지원을 통해 러시아와 협력해 온 북한이 전술무기, 초대형방사포, 포병 인력 제공까지 확대할 경우, 사실상 북·러 군사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군사 개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감안하면 신속한 휴전 가능성은 낮고, 협상이 최소 몇 개월에서 1~2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해 유리한 협상 지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이 러-우 전쟁을 지원하며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받는 방식처럼 북한도 전술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전투력 강화를 도모하면서 장기적 군사 역량 확대를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