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칼럼] 멀어지는 재일조선인 사회, 다가가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일) 설맞이 공연에 참가한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 성원들을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이 내년 1월 평양에서 열리는 설맞이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중 방북한다. 이들의 공연 참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다시 재개됐다. 조선대학교 학생들의 북한 수학여행도 지난해부터 복원됐다.

그러나 과거 해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재일조선인 사회는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한때 40만 명이 넘었던 ‘북한 국적’(조선적) 재일조선인은 현재 약 2만 3000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여권을 가진 경우 해외여행은 엄격히 제한되고, 취업에서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재일조선인이 한국이나 일본 국적을 선택하게 됐다.

북한 당국은 재일조선인들에게 ‘한국 국적자나 민단 관계자와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해왔지만, 현재는 한국·일본 국적을 가진 인물들이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활동에 참여하는 현실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 사회의 상징인 조선학교 역시 축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975년 기준 일본 전역에 161개교, 약 3만 명에 달했던 조선학교와 재학생 수는 2024년 87개교, 4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많은 학부모가 “민족 정체성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선택하지만, 학교에 대한 차별과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교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재일조선인 사회의 젊은 세대에 유독 관심을 보여 왔다. 2022년 5월 조총련 제25차 전체대회 참석자들에게 서한을 보냈고, 올해 5월에도 조총련 결성 70주년을 맞아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해 1월에는 설맞이 공연을 위해 방북한 조선학교 학생들을 평양의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초청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런 관심 배경에는 두 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첫째, 조총련을 이끌어온 중견 간부 대부분이 김정일 시대에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간부 세대 교체를 진행해왔으며, 아버지와 함께 일한 인물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재일조선인 사회에서도 자신, 혹은 딸 김주애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새로운 충성 집단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젊은 세대에 대한 불안감이다. 북한 내부의 MZ세대는 한국 영화·드라마·음악에 익숙하다. 김정은 체제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제정하고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청소년을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일조선인 사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김정은과 기념사진을 찍은 재일조선인 학생들의 부모들은 “감격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조선학교 학생 상당수는 졸업 후 조선학교 교사나 조총련 활동가로 진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정은 대체로 북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북한도 이런 배경을 가진 학생을 우선적으로 초청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또 다르다. 일부 조선학교 학생들은 “유명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사진을 찍는 것이 일종의 ‘특혜’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본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그런 인식은 없다. 따라서 기념사진 촬영이 곧바로 정치적 충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또 방북한 젊은 세대 중에는 서양식 화장실도 없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농촌 지역의 친척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은 2022년 조총련 제25차 전체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치라”, “치마저고리를 입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이 방북 재일조선인들에게 내리는 지침은 일본 사회 현실을 잘 모르는 탓에 종종 엇나간 경우가 많다. 여러 재일조선인들은 “북일 간 교류가 줄어든 탓인지, 일본 사회에 대한 북한의 이해가 눈에 띄게 얕아졌다”고 지적한다.

결국 김정은이 기대하는 ‘재일조선인 사회의 재강화’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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