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수산공장 내 북한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주도형 강제노동이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국제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일리NK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재단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강제노동의 책임을 묻다’라는 제하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노동 실태와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앞서 데일리NK가 수행한 중국 수산공장 내 북한 파견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변협 인권재단의 법적 전문성을 결합해 국제법적 책임을 묻고 대응 방안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세미나 첫 번째 세션에서는 로즈 아담스(Rose Adams) 국민통일방송 매니저가 중국 수산공장 내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동 실태를 증언 중심으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파견 전부터 간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쳐야 하며, 특히 여성은 ‘생활평정서’ 발급을 대가로 성적 수모까지 견뎌야 한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비공식적인 뇌물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현지에 도착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노동자들은 도착 즉시 여권을 관리자에게 압수당하며, 공장 내 숙소에서 24시간 교대 감시를 받는다. 외출은 엄격히 통제되고 외부와의 접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12~1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과 일상적인 폭언에 시달린다.
임금 착취 구조도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노동자들은 공장과 계약된 임금의 10~20% 수준만 생활비 명목으로 수령하며, 나머지는 모두 북한 당국에 의해 회수된다. 중국 공장이 지급하는 임금은 노동자 개인 계좌가 아닌 북한 당국이 지정한 계좌로 일괄 송금되고, 이후 분배 방식은 북한이 전적으로 통제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산물은 ‘중국산’이라는 원산지 표기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유통된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약 4360톤의 수산물이 한국의 36개 업체를 통해 유통됐을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스페인 등 여러 국가로도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북한의 강제노동 문제에 노출돼 있음을 시사한다.
세미나 두 번째 세션에서는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책임연구원이 강제노동의 법적 쟁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과 관련해 ▲취약성 악용 ▲기만적 모집 ▲이동 제한 ▲임금의 직접 지급 거부 등이 제도화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ILO 제29호 협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의 핵심 지표를 구조적으로 충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의 핵심 조항과도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짚었다. 이동의 자유,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 공정한 노동 조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포괄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 책임연구원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규범과의 충돌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2023년 강제노동이 개입된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제안한 바 있으며,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과 EU의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정은 강제노동 개입 가능성만으로도 수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와 2397호가 북한 국적자의 신규 해외 노동 허가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파견 노동자의 송환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음에도, 일부 국가에서 단기 비자 갱신, 제3국 경유, 연수·방문 명목 등 우회 방식으로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은 파견국, 사용국, 수입국과 기업이 서로 다른 법적 지위를 가지면서도 각각의 단계에서 국제규범 준수 의무를 부담하는 다층적 책임 구조”라며 “특정 국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국제사회 전체가 규범적 기준, 제재 체계, 공급망 규율을 결합한 대응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 번째 세션에서는 실제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탈북민과 김현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국제사회의 협력 필요성 등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데일리NK와 대한변협 인권재단은 “이번 세미나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인권 개선과 국제사회의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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