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쌀값 이례적 급락…공급이 아닌 환율이 잡았다?

3만원대 넘어섰던 쌀값 뚝 떨어져 2만원대 초반 유지 중…환율 변동에 시장 물가 민감성 증가해

/그래픽=Adobe 생성형 AI ‘firefly’

1㎏에 3만원이 넘었던 북한 시장 쌀 가격이 2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져 한 달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북한 내 외화 환율 하락과 더불어 환율 변동에 대한 시장의 민감성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은 북한 돈 2만 1500원에 거래됐다. 다른 지역 시장의 쌀 가격도 이와 비슷했는데, 23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의 시장 쌀값은 2만 1600원으로 조사됐다.

앞서 10월 중순경 북한 시장 쌀 가격은 1㎏에 3만 원을 넘어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그러다 10월 말 돌연 쌀 가격이 30% 가까이 급락하더니 한 달 넘게 2만원 초반대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예년의 경우 10월에서 11월에는 쌀값이 상승하다가 12월 초 그 해 수확한 햅쌀이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10월부터 쌀값이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쌀 공급량이 확대됐다기보다는 외화 환율 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주민들은 쌀 가격을 달러나 위안 같은 외화로 환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쌀 1㎏은 달러 0.4~0.7 사이, 위안으로는 약 4위안에 등치하는 식이다.

또 북한 주민들은 환율 급등을 인플레이션의 신호로 인식해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쌀 등 현물을 비축해 두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쌀값이 환율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시장의 외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쌀 가격이 환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북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말 3만 800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3만 5000원대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3만 53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말 조사 가격보다 7.6%, 2주 전인 이달 10일 조사 가격보다 4.1% 하락한 수치다.

달러와 마찬가지로 북한 원·위안 환율도 지난 10월 중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안화 환율이 높게 형성되는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23일 기준 북한 원·위안 환율은 465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북한 시장의 수입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내부 시장 물가는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과거 북한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을 때는 곡물 가격이 환율 변동보다 국내 생산과 공급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면 최근 북한 환율 변동이 심화되면서는 환율 등락에 따른 영향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