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라디오 방송 잇단 중단…北 내부 ‘정보의 암흑기’로?

외부 정보 습득 창구 사라지며 비공식 여론 형성 기능도 약화…"사회 내부 왜곡·불신 커질 수 있어" 우려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라디오. /사진=데일리NK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 소리(VOA) 등 주요 대북 라디오 방송이 중단된 이후, 북한 내부에 외부 정보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에 주민 사회 여론 형성과 의식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예전에는 정말 친한 사이에서 라지오(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를 몰래몰래 전해주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 자체가 사라졌다”면서 “(대북 라디오 방송이 중단된 뒤로) 동네 분위기가 조용해졌고, 실제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주민도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RFA, VOA와 더불어 한국 국가정보원과 군이 운영해 오던 대북 라디오 방송도 중단돼 북한 주민들의 주요 외부 정보 습득 창구가 사라지면서, 주민 사회 내 비공식 여론 형성 기능도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외부 정보가 사라진 공백 속에서 북한 내부에서는 각종 뜬소문과 유언비어가 더 쉽게 확산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한두 명 인민의 추측에 불과하다’며 믿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지만 어찌 됐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면서 “특히 보위부가 흘리는 유언비어가 제일 정확한 정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주민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 정보, 외부 소식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국가 선전과 근거 없는 소문이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렇게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없게 되면 주민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기보다 당국이 선전하는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소식통은 “라지오를 통한 외부 세계 소식은 (북한의) 정보 불균형을 완화하는 중요한 장치였다”며 “이런 통로가 닫히면 사회 내부적으로 왜곡과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외부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동원해 왔다. 기술과 제도를 통해 이른바 ‘정보 방화벽’을 세워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주민 통제를 강화해 온 것이다.

실례로 2006년 제정된 ‘전파관리법’은 당국이 고정해 놓은 TV, 라디오의 채널 및 주파수를 해제하고 다른 곳에 맞추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가며 당국의 통제를 피해 외부 정보나 외부 소식을 습득해 왔다. 국경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밤에 라디오 주파수가 닿는 야산에 올라 몰래 방송을 듣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은밀한 청취’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폐쇄된 사회 속에서 바깥세상과 연결되려는 주민들의 열망과 의지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막막하다’는 이야기가 간혹 들린다”면서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는다’는 희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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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