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모략전 도구”라며 비난하더니…RFA 중단에 계속 ‘침묵’

선전 활동도 하지 않고 단속도 별달리 강화하지 않아…전문가 “침묵이 곧 선전이란 계산 깔려 있을 것”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라디오. /사진=데일리NK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대북 라디오 방송 제작과 송출이 중단됐지만, 북한은 이와 관련한 선전 활동 등 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함경북도와 평안북도 등 북부 지역의 데일리NK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내부적으로 RFA 방송 중단과 관련해 “적대방송이 무너졌다”라는 식의 선전 활동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라디오나 단파 수신기, 녹음기 등에 대한 단속도 별달리 강화하지 않고 있다. 체신소(우체국)에서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 점검만 있을 뿐, 보위부나 안전부,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차원에서 특별 단속에 나선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또 이 사안과 관련한 별다른 내부 보고도 없고, 인민반 학습자료 같은 것도 새로 제작된 게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일례로 노동신문은 2018년 5월 미국의 대북 방송을 “사상 문화적 침투”로 규정하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신문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주의를 무너뜨릴 때 사용했던 ‘자유방송’과 ‘자유유럽방송’의 사례를 들며, RFA 역시 같은 목적을 가진 “심리 모략전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 나아가 “미제의 사상문화 침투를 단호히 짓부숴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이른바 사상적 경각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RFA를 ‘심리전의 최전선’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경계했던 북한 당국이 정작 방송이 끊기자 ‘조용한 침묵 전략’으로 돌아선 셈이다. “미제(미국)의 패배”라거나 “사상전의 승리”라는 등 적극적인 선전 활동을 펼 법도 하지만,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본보에 “북한이 RFA의 중단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경우, 오히려 ‘그런 방송이 있었구나’ 하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침묵이 곧 선전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예 방송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이고, 이제는 SD카드나 손전화(휴대전화) 등 다른 방식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RFA 중단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북한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젠 들을 데가 없다”,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되레 단속이 느슨해진 점을 위안 삼는 분위기도 생겼지만, RFA 라디오 방송을 통해 외부 소식을 접해 온 주민들에게는 상실감이 여전하다.

소식통은 “요즘은 오히려 단속이 줄어서 마음이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다만 방송을 꾸준히 듣던 사람들은 ‘살맛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하며 큰 허탈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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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