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조국통일국’ 폐지…“통일의 시대에서 두 국가의 시대로”

당 10국·김여정 직속 기구로 나뉘어 재편…"국가 체제의 안정화와 외교 전략의 현실화 과정으로 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28일 러시아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최선희 외무상이 전날(2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2022년 초 외무성 산하 ‘조국통일국’을 폐지했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기 전 2022년에 이미 조국통일국을 폐지했다는 탈북 외교관의 증언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전해졌는데, 이번 소식은 이 증언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5일 데일리NK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국통일국은 1990년대부터 대남 통일 선전의 주요 기관으로 역할을 해 왔지만,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기능이 약화돼 2022년 초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한 소식통은 “2018년 당시에도 외무성 내 조국통일국은 형식적인 외교 의전 역할만 남은 상태였다”면서 “결국 2022년 초에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통전부)와 김여정 동지가 담당하는 직속 기구로 나뉘어 흡수됐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통전부는 북한 내에서 남북 교류와 대남 공작을 담당하는 당 핵심 부서로, 현재는 당중앙위원회 ‘10국’으로 개편되고 ‘대적지도국’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통일국의 폐지는 김정은 정권이 이미 전부터 ‘두 국가론’이라는 새로운 대남 전략 노선을 준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단서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행정 개편으로 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통일’이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체제 간 공존을 전제로, 공화국과 한국을 각각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를 통일노선의 폐기라고 해석하지만, 우리(북한) 내부에서는 국가 체제의 안정화와 외교 전략의 현실화 과정으로 본다”며 “이는 외형상의 변화일 뿐 대한(對韓) 정책의 철수나 후퇴는 아니다”라고 했다.

즉, 북한이 내놓은 두 국가론은 ▲국가 정체성 강화 ▲체제 안전 보장 ▲외교 다변화 기반 구축 등 세 가지 목적을 품은 정상국가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얘기다.

소식통은 “두 국가론은 핵보유국으로서의 독립적 주권을 헌법과 제도 속에 굳히고, 통일 논리에서 벗어나 반동사상 유입을 차단하며, 조한(남북)관계를 국제법적 양국 관계로 전환해 향후 대미 협상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구상”이라며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장기적 구상 속에 포함된 국가체제 안정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제 여기(북한)에서 통일은 외부 개입의 통로로 인식된다”며 “두 국가론은 체제 보존을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독립적 주권 국가’라는 개념이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고, 조선(북한)은 이미 통일의 시대에서 두 국가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측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두 국가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면, 조선은 이를 ‘정통성 경쟁’으로 몰아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이를 역으로 이용해 체제 정통성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이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본보는 최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우리 공화국은 하나의 완전한 국가체계이다’라는 제목의 학습자료를 내려보내 당 간부들을 포함한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을 완전한 독립국으로 인식시키는 사상교양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공화국은 하나의 완전한 독립국”…北 ‘두 국가’ 사상교양 주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