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북한 황해도 가을걷이 전년比 더디게 진행

10월 중순 들어가며 북한 황금 들녘에서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통상 북한 가을 추수는 이르면 8월 말 시작해서 10월 초~중순에 끝나고, 늦어도 10월 말까지 마무리된다. 올해 북한 가을걷이 상황을 유럽우주청(ESA)에서 운영하는 센티넬 위성영상 자료를 이용해서 분석해 봤다. 올가을 북한 기상은 대체로 흐리거나 비 오는 궂은날이 많아서 구름 없는 깨끗한 유효 영상을 확보하기가 여러모로 어려웠다. 다행히도 지난해, 올해 같은 날인 9월 11일 촬영된 구름 없는 자료가 있어서 일부나마 추수 상황을 살펴보고 비교, 평가할 수 있었다.

센티넬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올해 북한 황해도 가을걷이는 지난해보다 다소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봄에 모내기가 자재 및 물자 부족 등으로 일부 늦어진 것이 추수 지연과도 연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내기가 늦어짐에 따라 가을걷이도 기간만큼 지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올가을 작황을 지난해 수준 유지 정도를 예상하고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해남도 신천읍 가을걷이

황해남도 신천읍 곡창지대에서 가을걷이가 시작됐다. 추수를 끝내고 바닥을 드러낸 논이 위성사진에서 흰색으로 식별된다. 지난해보다 올해 추수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센티넬-2B/2C

북한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신천읍 농장에서 가을 추수가 시작됐다. 센티넬 위성영상을 살펴보면, 북한의 논은 직사각형의 작은 필지들이 규칙적으로 모여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직사각형 필지는 가로 100m에 세로 30~50m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며, 면적은 0.3~0.5ha인 것으로 파악된다.

컬러 위성사진에서 추수하지 않은 볏논은 연한 녹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식별되며, 추수가 끝나서 논바닥을 드러낸 필지는 흰색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9월 11일에는 추수를 마친 흰색 논바닥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반면, 올해 같은 날 위성사진에서는 몇 곳 필지에서 추수가 시작됐고 흰색으로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식별된다.

위성자료를 이용한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서 신천읍 농장 가을걷이 상황을 살펴봤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5.0% 추수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센티넬-2B/2C 분석

식생지수 기법을 이용해서 센티넬 위성자료를 분석했다. 황해남도 신천읍 농장에서 추수가 끝난 필지와 그렇지 않은 필지를 구분하고 각기 면적을 산출했다. 지난해 9월 11일 추수가 끝난 논 필지 면적은 21ha인 것으로 측정된다. 농장 전체 논에서는 6.5%만 추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올해에는 5ha 필지에서 추수가 시작됐고, 전체 논의 1.5%에서 가을걷이가 이뤄졌다. 올해 9월 11일 추수 진척도는 전년보다 5.0%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가을걷이

황해북도 사리원시 농장에서도 가을걷이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센티넬-2B/2C

황해북도 곡창지대인 사리원시 해서리 농장 일대의 가을걷이 상황도 살펴봤다. 지난해 9월 11일에는 추수를 끝낸 흰색 논바닥이 수십여 필지 정도 식별된다. 반면, 올해는 같은 날 서너 군데 필지 정도에서만 추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위성자료 식생지수 분석결과, 사리원시 농장에서도 올해 9월 11일 가을걷이가 2.6%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센티넬-2B/2C 분석

센티넬 위성영상의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서 황해북도 사리원시 협동농장에서도 추수한 논과 그렇지 않은 논을 구분했다. 지난해 9월에는 10ha 정도 필지에서 추수가 이뤄졌고, 협동농장 전체 논 3.7%에서 가을걷이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올해는 같은 날 3ha 정도 필지에서만 추수가 이뤄졌고, 전체 논의 1.1%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9월 중순 추수가 2.6%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을걷이 지연과 작황 전망

올해 북한 논 가을 추수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올봄 모내기가 늦게 지연된 데에 우선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데일리NK 6월 26일자 기사에 따르면, 황해남도 재령군 경우 냉해와 박막 피해로 모내기가 예년보다 4~5일 늦게 시작됐고, 전체 논의 약 15%에서만 이앙기를 활용해서 모내기가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기계는 있어도 기름이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한다. 부품 공급과 연료 확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람이 직접 모를 심는 전통 방식으로 하다 보니 모내기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모내기가 늦어짐에 따라 올해 가을걷이도 기간만큼 지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봄 비료 공급 또한 여전히 부족했다. 평안남도 숙천군 경우 국가 공급분은 10%에도 못 미쳤고, 재령군 역시 대부분 농장이 자체 조달을 강요받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였다. 농장에서 인분과 퇴비, 수입산 중국 비료를 간신히 충당했지만, 일부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돌덩이 같은 비료”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올해 농작물 수확량에 대한 기대는 ‘낮음’ 수준이다. 생산 전망에 대해 재령군 내부에서는 “날씨만 받쳐주면 작년 수준 유지”라며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숙천군에서는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며 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일반 주민들은 벼 수확량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 쌀값이 더는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한다. 올해는 한반도에 가을이면 찾아오던 불청객 태풍이 10월 중순 아직은 온다는 소식이 없어서 다행이다. 북한 작황이 태풍 피해 없이 예년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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