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 위문…김정은 ‘애민 리더십’ 부각?

중앙당 조직지도부 지시로 각급 당 간부들 추석 명절 당일 직접 유가족 찾아…위문품 전달하고 위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22일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수여식에는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지휘관, 전투원들과 열사들의 유가족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유가족들과 인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지난 추석 명절 각 도·시·군 당위원회 간부들에게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위문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정치’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풀이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추석을 앞두고 각 도당에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열사들의 유가족들을 찾아가 위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각 도당은 중앙에서 내려보낸 유가족 명단에 따라 방문 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당은 유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당 간부들이 추석 당일 직접 집을 찾아가 위문품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추석이었던 지난 6일 청진시 신암구역에 거주하는 한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의 집에 구역당 간부들이 직접 찾아왔다.

유가족들은 명절에 별안간 당 간부들이 찾아와 “당에서 보내는 위문품을 전달하러 왔다”고 해 처음에는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당 간부들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가족들에게 전달된 위문품은 식용유나 사탕, 과일 같은 기본 식료품이었는데, 물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의미보다 당 간부들이 직접 찾아와 위로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유가족의 집을 찾은 당 간부들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랑 속에 우린 모두 한 가정”이라며 “앞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찾아오라”는 말을 덧붙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위문은 실질적인 지원보다는 유가족의 마음을 다독여 주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당이 유가족들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미뤄 이번 위문 지시는 김 위원장의 애민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주민들로 하여금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각종 매체를 통한 선전이나 학습, 강연을 통해 전쟁 참전과 전사를 체제에 대한 충성으로 포장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과 그 가족은 당이 영원히 품는다”라면서 전사자들의 유가족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파병과 그에 따른 군인들의 죽음에 대해 국가적 책임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유가족을 위해 최상의 배려를 한다고 해도 부모, 자식, 남편을 잃은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겠느냐”며 “아버지나 아들, 남편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것을 찬성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