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군에 또 폭우…“귀 달린 구렁이 잡아 저주 받았다” 괴담 확산

기상 이변이나 인프라 미비 등에서 피해 원인 찾기보다 미신적 해석에 귀 기울이는 北 주민들

8월 19일 북한 조선중앙TV의 날씨 보도.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북한 평안북도 구장군에 또다시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하순에도 폭우가 쏟아져 상당한 피해를 봤는데, 한 달도 채 안 돼 또다시 폭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자 주민 사회에 “귀달린 구렁이를 잡아서 저주를 받았다”는 괴담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16일부터 19일까지 내린 많은 비로 구장군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다수의 주민 집들이 물에 잠기고 가재도구와 텔레비전, 자전거는 물론 집에서 키우던 가축들까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구장군에서는 지난달 하순에도 폭우가 내려 군내 중소형 발전소 설비가 유실되고 교량이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산사태와 급류로 최소 20명의 주민이 실종되거나 숨지는 인명 피해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지역 간부들이 피해 상황을 축소·은폐해 허위 보고한 것이 드러나면서 전면적인 조사와 함께 처벌이 이뤄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일부 지역에도 폭우 쏟아져…구장군 피해 축소로 문제시)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폭우에 따른 피해가 또다시 반복되자 구장군 주민들은 “이제는 처벌할 일꾼(간부)조차 없는 거 아니냐”는 등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귀 달린 구렁이를 잡은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흉흉한 괴담이 주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발단은 구장군 사오리에 사는 한 주민이 무게 20㎏에 달하는 대형 뱀을 잡았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소식통은 “오래전부터 구렁이를 건드리면 하늘의 진노가 따른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와서인지 산림 황폐화나 낙후된 수방(水防) 시설 같은 구조적인 원인보다 ‘구렁이의 저주’라는 미신적 해석을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뱀이나 구렁이를 신성시해 함부로 건드리면 재앙이 뒤따른다고 믿는 미신은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실제로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는 집 구렁이를 잡으면 집안의 복이 달아나고 심지어 질병이나 사망과 같은 재앙이 인다는 속설이 존재하고, 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뱀이 물과 비를 관장하는 신성한 존재로 묘사돼 함부로 다루면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가 닥친다고 믿는 민간 신앙이 널리 퍼져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등 서구에도 고대 신화나 종교적인 영향으로 뱀을 영물(靈物)로 여기는 문화가 존재해 뱀을 해치거나 죽이면 신의 저주를 받거나 가문 또는 공동체에 화를 초래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폭우 피해는 사실 기상 이변과 같은 자연 현상과 배수 체계 미비, 하천 관리 부실, 산림 훼손 등의 문제가 겹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이 초자연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대책에 소홀한 국가를 정면으로 지적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주민들에게 구렁이 이야기는 단순한 속설이라기보다 재난과 재해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치적으로 문제 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의 화살이 본질로 향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런 소문을 방치하거나 은근히 조장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