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여정이 대남 담화를 발표하면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공식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이번 담화에서 핵심적인 단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조한관계’와 ‘성의 있는 노력’이다. 현 정부가 들어선 지 5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조치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다. 대북 확성기와 국정원의 대북방송 중단, 대북 전단 금지 그리고 개별 관광 허용 등의 조치 말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이러한 조치를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김여정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치 상전이 아랫사람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는 듯한 표현처럼 들리지 않는가. 또한 이 표현은 현재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북한에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말이다.
김여정의 담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랫것들이 대북 확성기 중단, 대북 전단 금지, 개별적 관광 허용 등 ‘성의 있는 노력’은 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통일부 해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더 실질적인 조치를 하면 한번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정도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더 나아가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것은 그 선임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라고 언급하며 한미군사훈련과 통일부 정상화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보였다. 문맥상으로 보면 김여정이 결국 원하는 것은 통일부 해체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다. 문제는 바로 우리 정부의 태도다. 김여정의 담화가 나온 지 9시간 만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군사훈련 조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굉장히 우려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이 교시한 ‘적대적 두 국가’에 따라 조한관계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대결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통일부가 존속하는 한 어떠한 경우라도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더욱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통해 종국적으로 한미동맹 와해를 획책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이처럼 굴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조바심을 내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마치 남북정상회담이 곧 평화인 것처럼 떠들어 댄다. 우리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북한의 거짓 평화를 똑똑히 목도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그 자체가 결코 대북 정책의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발 한 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듯 이루어진 협상 테이블에서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북한 인권, 대북 정보 유입, 탈북민 더 나가서 통일 실현이라는 가치가 우리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남북한 정상의 만남을 위한 조건으로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독재정권의 유지를 돕는 반역 행위다. 현 정부가 추진한다는 개별 관광은 결국 막대한 자금들이 대북 제재를 피해서 북한 내부로 흘러 들어가게끔 용인한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금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며 동족, 동포라는 개념을 완전히 삭제했다. 통일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을 김일성 민족이라 칭하면서 대한민국과 동족이 아님을 선포했다. 이 얼마나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인 행태인가. 문제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제시한 상황에서 현 정부 역시 통일을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땅에는 여전히 조국 통일을 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우리의 동족, 동포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끌고 가고자 하는 기만전술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결코 펼쳐서는 안 된다. 김여정의 담화에 대한 후속 조치가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북통합] 미래세대가 준비해야 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5/12/20251210_lsy_유니프랜드-썸넬-218x150.jpg)
![[평양 밖 북한] 국민을 버린 ‘국민주권정부’?](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5/04/20240829_hya_억류자-가족-218x150.jpg)

![[마키노 칼럼] 멀어지는 재일조선인 사회, 다가가려는 김정은](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5/12/20251201_lsy_김정은-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218x150.jpg)

![[북한정론] 12월 黨 전원회의 관련 단상](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5/01/20241229_hya_당-중앙위원회-제8기-제11차-전원회의-218x150.jpg)


![[북한읽기] 복장 규제가 드러낸 북한 인권의 현실](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2/04/옷차림-3-100x7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