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에 러-우 전쟁 전사자 유해 조용히 안치…국내외 여론 의식

일부 유가족만 직접 안치 행사에 참여…’전투위훈비’ 완공 시점 맞춰 공식 추모·기념할 가능성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전승 72돌에 즈음하여 7월 26일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참전열사묘를 찾았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전쟁 영웅들의 유해를 국가가 특별히 관리하는 묘지에 안치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사망한 인민군 전사자들의 유해도 여기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전승 72돌을 맞으며 공화국 2중 영웅 김기우, 공화국 영웅 리영제, 리동규 열사들의 유해가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참전열사묘에 안치됐다”고 보도했다. 각각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군인과 종군기자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2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공식 발표된 인물 외에 최근 로씨야(러시아) 전쟁에서 전사한 일부 군인들의 유해도 함께 안치됐다”며 “전사자 유족이 지방에서 직접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으로 올라와 머물렀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유해 안치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비공개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공개 형식을 취하지 않고, 당 총정치국의 지시에 따라 ‘1차 내적 안치 행사’로 치러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애초에는 로씨야 전쟁 전사자도 부각해 ‘제국주의와의 투쟁에서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내려고 했으나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7·27 계기 전사자 유해 안장식 진행?…北 ‘영웅 만들기’ 전략)

이어 그는 “국제사회의 민감한 반응과 주민들의 혼재된 정서를 의식해 전략을 일부 선회한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체제의 정당성을 극대화하되 외부와 내부 모두를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획된 조치”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에서는 “당의 명령대로 싸운 아들들을 잊지 않는 조국에 감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우리 아들들이 다른 나라 전쟁에서 피를 흘려야 하느냐”며 반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 여론이 갈릴 수 있는 사안에서 공개적인 영웅화 행보는 오히려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당국 차원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로씨야에 갔다 전사한 것을 대놓고 기념하면 ‘우리 전쟁도 아닌데 왜 죽었나’는 말이 더 많이 돌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번엔 참전열사묘에 조용히 묻고, 일부 가족들만 불러 위로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화장된 유해를 집단 보관 중이며, 새로운 ‘전투위훈비’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공식 추모 및 기념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은 지난 4월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을 통해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영용성을 칭송해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상황을 봐가면서 어느 시점에는 국가 차원에서 ‘영웅의 아들들’을 공개적으로 조명할 것”이라면서 “그게 조선(북한)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사자 유족에 대한 일종의 선물 정치가 발동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공개적인 포상이나 보상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일부 유가족에게는 주택이나 생필품 제공 등 비공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원 방식은 가정마다 다르며,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전사자 가족들이 ‘아들이 희생된 건 슬프지만, 당에서 잊지 않고 기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알아서 챙겨준다’는 식의 은근한 배려는 체제 내부의 파열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