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계기 전사자 유해 안장식 진행?…北 ‘영웅 만들기’ 전략

파병 북한군 전사자 대대적으로 선전에 활용한다는 계획…김정은 이미지 부각하고 반제 사상 고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방북 중인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술인 공연 중 무대 배경화면에 러시아 파병 북한 군인들의 활동 모습이 상영되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관을 어루만지며 울먹이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추어올리며 내부 선전용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유해를 송환했다. 일부는 시신 형태로, 일부는 화장(火葬)된 상태로 송환된 전사자 유해는 현재 평양 외곽의 열사릉 예비 구역에 임시로 보관돼 있으며, 북한은 오는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로 일컫는 6·25전쟁 휴전 협정 체결일을 전후해 안장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파병 북한군 전사자 안장식을 전승절과 연계함으로써 ‘명예로운 승리자’라는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실제 전투 결과나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과는 무관하게 체제 수호를 위한 반제 연대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기념 사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식통은 “이번 안장식을 전승절에 진행하도록 한 것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당(黨)과 국가의 숭고한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결정”이라면서 “이번 전투도 반제 투쟁의 최전선에서 우리 군인들이 목숨 바쳐 싸운 것인 만큼 이를 조국해방전쟁(6·25전쟁)과 같은 사상적 반열에 올려 세우려는 당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제(미국)에 승리를 안겨준 7·27의 역사적 의의를 계승하면서, 로씨야(러시아) 전쟁에서 희생된 전우들을 영예로운 승리자로 추켜세우려는 전략적 조치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은 전사자 ‘영웅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사자들의 유해가 담긴 관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선전 전략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전우의 관을 직접 안으시고 눈물을 흘리신 그 모습은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뜨거운 수령의 사랑이며, 인민들에게는 수령의 인간애를 각인시키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 장면을 주민 교양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우들이 미제가 보장해 준 무기를 들고 나온 우크라이나군에 희생됐다’는 식으로 적대심을 부추기는 반제 교양에 활용해 사상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북한 내부에서 일고 있는 러시아 파병 및 전사자 발생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고, 한편으로 김 위원장의 ‘인간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올해로 80주년을 맞는 당 창건일(10월 10일)을 앞두고 전사자들을 활용한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군인들의 가족들을 개별 면담하고 ‘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맞춰 영웅 칭호 수여, 신축 살림집 제공, 전사자 자녀의 혁명학원 입학 등 혜택을 제공한 뒤 이를 대내적으로 선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족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없으며, 혜택 역시 전사자의 전투 기여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한편 전사자 유해 송환 계기에 전쟁에서 크게 다친 군인들의 송환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부상병들은 현재 전문 치료소와 요양소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회복 이후에는 당국의 선전 활동과 정치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정부는 일부 부상 병사들을 중심으로 강연단을 구성하거나 이들을 군 정치지도원으로 임명해 조직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현재는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서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향후 국가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곳에 재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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