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교 학생들이 쓴 폭풍군단 위문편지에 “자폭영웅 되겠다”

덕천시 내 소학교들, 전승절 계기 일제히 편지쓰기 행사 진행…특정 문구 담도록 강요해 세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4월 5일 “김정은 동지께서 4월 4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하시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수작전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일련의 중대 조치들을 취할 데 대한 중요 과업을 지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남도 덕천시의 소학교(초등학교)들에서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월 27일)을 맞아 군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행사가 일제히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편지에 ‘자폭영웅이 되겠다’는 표현을 담게 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덕천시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덕천시 내 소학교들에서는 7월 24일부터 이틀간 2~5학년(8~11세) 학생들이 참여하는 편지쓰기 행사가 진행됐다.

북한은 올해 7월 27일을 ‘반제 승리의 상징적인 날’로 내세우며 러시아에 파병된 11군단(폭풍군단)의 전투 성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의미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이에 덕천시당은 덕천시를 주둔지로 하고 있는 인민군 제11군단 군인들에 대한 편지 쓰기 행사를 기획·지시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실제 덕천시 내 소학교 학생들이 쓴 편지는 각 학교와 시당의 검토를 거쳐 전승절 당일 원호물자와 함께 11군단 정치부에 전달됐다.

이번 편지쓰기 행사는 우선 편지의 명칭이 기존의 ‘위문편지’에서 ‘축하편지’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시당이 사전에 제시한 문구를 핵심적으로 담게 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별화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11군단 군인들에게 보낼 편지의 형식은 기본 인사말, 편지를 쓴 이유, 축하의 말, 개인적인 바람과 결의 등으로 구성됐다”며 “그리고 ‘나도 커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결사옹위하는 자폭영웅이 되겠다’는 다짐의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포치됐다”고 말했다.

실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나 생각이 아닌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정치적 세뇌를 가한 것이다.

이밖에도 아이들은 ‘로씨야(러시아)전쟁에서 싸우는 11군단 인민군대 아저씨들이 긍지스럽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민군대 아저씨들처럼 우리도 최우등의 자랑을 떨치겠다’는 등의 문장을 편지에 적을 것을 요구받았는데, 이는 파병이 정당하고 의로운 일이었다는 점을 10대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인식시키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편지 쓰기 행사가 학생들의 단순한 문예 활동이 아니라 사상 통제의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폭영웅’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10대 어린 소학교 시절부터 조국을 지키는 자폭영웅이 되는 것을 긍지로 여기도록 교양하는 것이 당에 대한 충실성 교양”이라고 포장하며 어린아이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축하편지 쓰기 행사와 맞물려 진행된 전승절 기념 소학교 아이들의 축하 공연에서도 ‘자폭영웅이 돼 백투혈통을 결사옹위 하겠다’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