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5월 북한 순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면돌파전의 첫 성과’로 강조되며 준공된 순천인비료공장이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면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공장은 지금껏 제대로 전면 가동된 적이 없으며, 현재는 일부 작업반만 간헐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이다.
실제 공장 내에서는 기초 혼합생산과 포장 공정을 담당하는 한 개 직장 소속 두 개 작업반만이 부분적으로 가동 중이다. 인비료 생산의 핵심 공정인 추출 설비 계열은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해당 공간은 현재 민간 임가공반들이 차지하고 있어, 국수나 인조고기, 뱅뱅이(과자류) 생산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설비는 멈춰 있고,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 국수 뽑고 있다”며 “여기가 비료공장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형 위성(월드뷰-2)이 촬영한 고해상 위성사진에서 보면, 부지면적은 34ha에 이르며 공장 내에는 침전지와 변전소, 주처리 및 기타 여러 시설이 갖춰져 있다. 공터에 광석 더미가 쌓여 있고, 굴뚝 3곳에서 약하나마 연기가 식별된다. 이로 봐서 비료공장 시설은 운영은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지구관측 위성 랜샛-9호가 지난달 촬영한 열적외선 위성자료를 이용해 순천인비료공장 가동 상황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굴뚝 연기가 올라오는 주처리 시설 인근 지역에서 약하게 열 신호(옅은 보라색)가 감지됐다. 저강도지만 일부 시설은 가동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공장 시설 온도는 높지 않고 순천역 뒤편 도심과 같은 수준이어서 시설가동은 활발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장을 일부 시범 가동하면서 유지, 관리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국가계획지표상으로는 계획의 30% 정도라도 달성해야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입 촉매제나 초기 배합품이 확보된 날에만 하루 수십 톤 수준의 생산이 가능하며, 대부분은 생산이 중단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2021년과 2022년 사이 소규모 시험(실험) 생산이 있었고, 당시 린(인)비료 몇 톤을 포장해 농장에 공급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 비료 투입량이 부족해 농장 측에서도 체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적 위장 관행도 여전해…농업 부문의 기대도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
가동 차질의 핵심 원인은 기술과 설비의 미비에 있다고 한다. 인광석에서 인산을 추출하는 습식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처리하지 못해 반응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플루오린(불소화합물)의 중화 설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불소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설비 부식과 유독가스 발생으로 인해 전체 생산 라인이 마비되는 구조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반복적인 공정 중단으로 한때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이 공정 개조와 흡착제 개선 시험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소단위 시험에 그쳤다”면서 “내부 기술자 중 절반 이상은 이미 다른 부문으로 조동(전출)됐다”고 말했다.
인비료 생산에는 요소(우레아)와 염화암모늄 등 질소계 원료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원료는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 차질로 인해 공장 가동률은 60% 이하로 급락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특히 순천인비료공장은 기존 대형 비료공장보다 후순위로 밀려 원자재 배정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내부에서는 ‘실적 맞추기’ 명목으로 타 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순천표 포대로 재포장해 출하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남흥에서 가져온 비료를 ‘순천린비료’로 둔갑시켜 보고한 사례는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순천인비료공장의 ‘꼼수’… “다른 공장서 만든 비료 포장·출하”)
공장 노동자와 지역 간부들 사이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명목 공장”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농업 부문에서도 “처음에는 기대했지만 지금은 남흥이나 함흥 비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여기는 연구하는 척, 시험하는 척만 한다”라는 등 순천인비료공장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드는 모양새라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그럼에도 중앙당과 내각은 여전히 순천인비료공장을 ‘화학공업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학기술 연구는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며 연구 성과를 기다리자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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