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로 기괴했다. 김정은의 눈물이라니? 김정은이 침통한 표정으로 인공기가 덮인 누군가의 관 앞에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며 든 생각이다.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 러시아 문화성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상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조러(북러)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문화예술 사이의 교류가 두 나리 인민 사이에 돈독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러시아 대표단의 평양공연에 이어 김정은과 김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의 답례 공연까지 개최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 공연에서 선보인 무대 배경화면의 내용이다. 김옥주의 노래가 장엄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가운데 무대 배경화면 속에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전쟁터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수첩은 물론 실제로 러시아 군인과 함께 전투에 임하는 북한군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전사자 유해 송환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인공기에 덮인 관 옆에서 김정은이 추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대 배경화면에 나오는 이러한 장면을 보며, 공연장의 관람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관람석에 앉은 김정은도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이 집중 조명되었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보여준 이미지 정치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북한 청년들이 이름도 모르는 낯선 나라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청춘들의 목숨값으로 결국 북한이 받은 건 위성정찰과 핵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등 군사적 보상이다. 한마디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해 청춘들의 아까운 생을 바친 것이다. 수만 명의 목숨을 사지로 내몰고 얻어 온 건 독재자의 권력 유지를 위한 자금이다.
작년 10월 공식적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북한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심지어 북한군 포로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파병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김정은은 가족들은 물론 병사들에게조차 전선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며 파병 사실을 숨겨온 것이다. 하지만 북한 내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예상되자, 뒤늦게 영웅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병사의 관 앞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는 김정은의 모습을 악어의 눈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시 공연에서 김옥주가 부른 노래는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이들을 기억하겠다는 내용의 영웅 만들기 쇼였다. 공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듯한 김정은의 모습은 가증스러울 만큼 보기에 역겨웠다. 공연이 끝나자 환하게 웃으며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그 눈물이 쇼였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문제는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북한이 3만여 명의 추가 파병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파병은 엄연히 국제법 위반이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단호히 규탄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한국 언론에 공개된 2명의 북한군 포로 문제의 국내 송환도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들이 북한에 송환된다면 이미 한국 언론과 인터뷰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목숨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떠한 정치적 입장이나 남북관계의 상황을 따지기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김정은의 독재정권 아래 또 한 명의 무고한 청년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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