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긴장 완화 고려, 민족 공조 폐기’…北의 대남 셈법

군사는 '합의 복원', 경제는 ‘간접 재개’, 민간은 ‘경계’…사상 이반 우려 속 ‘조건부 실용주의’ 노선?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군사·경제·민간 부문별 대남 정책 방향을 내부적으로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행동에 따라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제한적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특히 군사 부문에서 군사합의 복원 여부를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시 ‘강 대 강’, ‘핵에는 핵,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의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군사합의 복원과 한국 새 정부의 새로운 (군사) 조항 추가는 성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군사합의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9·19 군사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23일 북한의 전면 폐기 선언으로 합의가 무력화됐으나 북한은 내심 복원을 바라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말보다는 행동 중심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군사적 긴장 상태 해소는 두 나라 간 안정 도모에 유리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 국경 지역에서의 전면 충돌 가능성을 피하면서 여기에 투입할 자원을 경제 발전이나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정부는 노력(인력)과 자원을 경제 건설이나 전략 무기 개발 같은 국가 중대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면서 “이것이 진정한 자위이고 진짜 강국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이곳을 “세계적 관광경제 명승지로 새단장할 것”이라며 과거의 민족 공조 사업이 아닌 국제 관광 사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성·금강산을 김정은식 경제개발지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식통은 “간접적이고 제한적인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족 단합이나 북남 화해 구호로 접근하는 투자는 어렵고,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맺는 기업 대 기업, 단체 대 단체 수준의 계약 형태가 아닌 경우도 어렵다”고 했다. 경제협력의 성격과 방식에 조건을 두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북한은 남북 민간 교류에 대해서는 보다 경직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식통은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비정치적 접촉이라 하더라도 내부에서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외부 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검열이 더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간 교류나 접촉을 체제 불안 요소로 간주해 철저히 통제하려는 북한 당국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외부 문화나 정보의 유입을 막기 위해 2020년 이후 도입된 3대 악법의 이행과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은 한국이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이를 ‘신군사파쑈동맹’으로 규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확대, 전술핵 실전배치 및 시험 발사 등을 도발을 이어가면서도, 외무성을 통해 국제사회에 ‘주권 침해와 핵무장 강화의 불가피성’을 설파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이 한미연합훈련 등 관련 훈련이나 군비 확대를 지속하는 경우 공중·수상·수중·육지 등 다양한 사정권 내에서의 새로운 군사 전략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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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