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앞두고 北도 바빠졌다… ‘세 가지 기준’ 놓고 평가

대남 전략 조율 착수…후보 공약이나 방향성 보고 ‘접촉 가능 정권’인지 ‘차단 대상 정권’인지 가늠

공동선언문 서명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향후 대남 전략 조율에 착수한 가운데, ▲대북 적대 여부 ▲대미 종속 수준 ▲평화공존 정책 여지 등 세 가지 기준을 놓고 새로 출범할 정부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남전략에 정통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우리(북한)는 이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접촉 가능 정권’과 ‘차단 대상 정권’을 명확히 나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향후 남북관계 방향 설정과 대화 여부를 좌우하는 정책적 지표로 기능한다. 해당 기준은 노동당 내 대적(對敵) 부서와 외무성 등의 공동 분석 프레임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지도부 보고용 정세 분석 문건의 핵심 틀이기도 하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첫 번째로 새 정부가 북한을 적대시하는지 아니면 방어적 관리 기조를 취하는가를 가장 먼저 따진다. 지도자에 대한 언급 수위, 군사 정책 기조, 외교 전략 등을 바탕으로 종합 평가한다.

예를 들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북한 정권을 ‘주적인 김정은 정권’이라 표현하며, 9·19 군사합의 파기 및 대북 심리전 재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직접적인 적대 태도로 보고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판문점 선언 복원’과 ‘조건부 대화 재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공세보다 조율 가능성이 있는 정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은 새 정부가 미국에 어느 수준까지 보조를 맞추는지를 두 번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북제재 유지 여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도 등이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고 한다.

소식통은 “미국의 전략에 전면 동조할 경우 한국은 실질적으로 미 제국의 아랫개로 인식된다”면서 “이 경우 대화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내부 정서”라고 전했다.

이에 미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한미연합훈련,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가 북한의 대남 강경노선 고착화에 영향을 미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마지막 기준은 남과 북을 독립된 주체로 보고 평화적 공존을 설계할 의지가 있는지라고 한다. 여기에는 9·19 군사합의와 판문점 선언 등 기존 합의 이행, 제도적 대화 구조 유지, 실무 협력 추진 등이 포함된다.

소식통은 “민족 공조라는 용어는 공식 용어에서 지워졌지만, 평화공존을 위한 상호 존중 태도는 여전히 관건”이라며 “과거 판문점 선언과 같은 정신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조선중앙통신·조선신보 등을 통해 ‘첫 메시지’를 내보낼 준비를 마친 상태다. 메시지 수위와 방향은 위 세 가지 기준에 따른 평가 결과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노광철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당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소식통은 “‘접촉 가능 정권’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관망기 후 실무 차원에서 대화 절차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차단 대상 정권’으로 분류되면 강경노선 유지와 병행해 외교적 고립 시도 전략이 병행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 기준에 근거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심리전 중지, 기존 합의의 이행이라는 ‘3대 조건’을 남측에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조건이 아니라 신뢰 테스트이자 협상 지형 사전 조정의 일환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는 “3대 조건이 우선 충족돼야 실무 협상이든 수뇌상봉(정상회담)이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군사적(한미연합훈련)인 것은 물론 내부의 안정(심리전)을 위협하는 것에서 절대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선언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최고위급 외교 문서로, 이를 무시하는 것은 최고지도자 권위 손상 행위”라며 “합의 이행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상대 정권을 대화 불가 정권으로 분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한국 대선을 향후 5년간의 대남전략을 재설계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내년 초 진행될 예정인 9차 당 대회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5년을 ‘조선반도(한반도) 전략 지형 재구축기’로 보고 있다”면서 “군사적 발전과 내부 자강력 제고가 핵심이지만, 한국의 정권 태도에 따라 전략의 속도와 강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