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하부 말단 안전기관인 분주소(우리의 파출소)들에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분주소 안전원들의 활동성을 주문한 것은 주민 단속과 통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함경북도 안전국은 도내 분주소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분주소 안전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형식적으로 일하게 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게 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도 안전국은 토요일 하루만 사무실에서 일하게 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주중에는 사무실 대신 현장에 나가 담당 지역 주민들과 수시로 접촉하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달 1일부터 회령시와 청진시 등 도내 시·군들의 분주소 안전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에 나와 인민반 세대를 돌며 주민들의 생활 실태, 외부인과의 접촉 여부, 비사회주의적 요소 침투 유무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원들의 세대 방문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회령시의 한 주민은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안전원이 수시로 가정 방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전원이 집에 오는 것 자체가 감시 차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데, 그러니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민 불만은 청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청진시 주민들은 “범(호랑이)이 여기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이 아니냐”, “일상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더 꽁꽁 묶어두려는 것이다”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안전국이 이번 지시를 내린 배경에는 민심 이반, 동요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요즘 보위원들도 수입에 비해 지출이 큰 세대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감시하고 있는데, 안전원들까지 덩달아 수시로 세대를 방문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불법적인 장사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민들 간 경제적으로 격차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본보는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의 안전원들이 주민 세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감시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불법적인 경제활동으로 부를 축적하는 주민들이 체제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국경 지역 안전원들, 주민 세대 ‘수입 대 지출’ 감시 나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는 곧 사회 및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주민 감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는 자본주의처럼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만 잘사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주의 내 나라’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선전과 달리 빈부격차가 커지니 국가가 보위원과 안전원을 내세워 주민들을 더욱 감시하려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