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맹원들은 돌격대가 되자” 강연회…여성들 강한 거부감

여맹원들 역할 강조하자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데 나라의 돌격대까지 되라고 하느냐"며 불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4일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장에서 여맹 중앙위원회 일꾼들과 여맹중앙예술 선전대원들이 경제 선동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양시의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돌격대가 되자’라는 내용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맹원들은 이 같은 호소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여맹 중앙위원회에서 내려보낸 강연자료가 이달 초 평양시의 모든 여맹 조직에 하달됐고, 이를 바탕으로 강연회도 진행됐다”며 “강연회의 기본은 여맹원들이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치는 데서 앞장에 서서 돌격대가 되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여맹원들의 불만을 솟구치게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룡성구역 여맹 조직들은 이달 초 포전 현장에서나 생활총화 시간에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적 힘으로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쳐나가는 투쟁의 앞장에서 여맹원들은 돌격대가 되자’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강연회에서는 사회와 가정의 꽃인 여성들이 가정의 주부, 어머니, 아내 역할만이 아닌 김정은 원수님 시대의 새로운 혁명의 주력군, 사회 세포인 가정의 기둥이자 구성원들로서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사회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가정 혁명화를 남편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는 이제는 멀어져 가고 있으며, 여성들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지휘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동사무소와 인민반, 인민반장들을 제일선에서 돕는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한몫하면서 일심단결의 힘을 발휘해야 우리식 사회주의의 발전을 천배 만배로 이끌 수 있다며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아울러 강연회에서는 여맹원들이 수매 사업이나 농촌지원, 건설지원 등 지원 사업에 성실히 참가하고, 당과 국가가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불평이나 불만이 없이 헌신해야 한다는 호소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머니들의 힘, 아내들의 힘을 당할 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김정은 원수님의 혁명 철학을 여맹원들이 자자구구 가슴에 새기도록 하는 게 이번 6월 한 달 여맹 학습의 진수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강연회에서는 지난 3월 열린 제3차 전국인민반장열성자회의를 계기로 당에서 인민반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역할을 강조한 것과 관련, 일부 여맹원들이 인민반장들의 권위와 위상을 헐뜯으며 마치 벼슬처럼 여긴다고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인민반장들의 권한이 막강해지자 인민반장들과 인민반원들 사이에 대립이 형성되고 인민반장들을 따돌리는 행위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으며, 여맹원들이 다 같이 분발해서 이런 현상을 분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여맹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강연회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강연회의 제목부터 우리 여성들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 ‘속에서 불이 인다’, ‘여맹원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 데 거기에 나라의 돌격대까지 되라고 하느냐. 정말 기가 막힌다’라며 이구동성으로 불평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