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류층 중심으로 유행하는 ‘우리식 의상’, 알고 보니…

수입한 옷 상표 떼어내고 자수 놓고 비단 덧대…있는 집 자녀들 밀어주려 입소문 내 유행 부추겨

2018년 9월 촬영된 평양의 일상. 정장을 입은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근 평양 상류층들 사이에서 외국에서 유학한 디자이너들이 자체 제작한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서는 ‘새로운 우리식 의상의 유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중국에서 옷을 들여와 단순 재가공해 파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1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외국 유학 이력이 있는 20대 신진 디자이너들의 자체 제작 의류가 평양 상류층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로,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3~4개월 사이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유학 디자이너들의 의류 제작은 주로 평양시 중심구역인 보통강구역, 중구역에 거주하는 간부 아내나 자녀 등 상류층의 선주문 의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격은 위아래 정장 한 벌에 1000~2000위안(한화 약 19~38만원) 선으로, 600위안 정도 하는 웬만한 기성복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런 유학 디자이너들의 자체 제작 의류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의류를 중국에서 수입한 후 상표를 떼어내고 소매나 깃에 수작업으로 수를 놓거나 원단을 덧대는 식으로 약간의 변형을 주고서는 우리식의 의상, 국산 옷이라고 주장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유학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의류를 두고 ‘정장에 전통 중국식 자수와 비단 원단을 결합해 만들어 중국풍이 강하게 묻어난다’며 저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잠깐 중국에서 일하다 온 사람만 돼도 거기서 배운 걸로 중국 옷을 고쳐다 팔 수 있다”며 유학 디자이너들을 깎아내리는 말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평양 상류층을 중심으로 제작 의류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유학 디자이너들은 평양미술대학 출신의 20대 젊은이들로, 대부분 중국 상하이 등지의 유명 복장회사에서 6개월~1년간 단기 유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돈 있고 힘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부모를 뒷배로 잠깐 외국에 유학이랍시고 다녀와서 수입한 의류를 짜깁기해다 비싸게 팔고 있는데, 여기에 새로운 우리식 의상이라는 평가까지 있으니 이를 아니꼽게 보고 뒷담화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내부에서 영향력 있는 간부댁들이 ‘국산 창작 복이 수입보다 예쁘다’고 입소문을 내 유행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는 철저히 끼리끼리 자녀들을 챙겨주기 위한 얄팍한 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