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군인의 가족들을 데일리NK가 인터뷰했습니다. ‘유학훈련 갔다’, ‘조국을 대표해 훈련간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가족들. 이들은 여전히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총 3편으로 나눠 북한 파병의 실체와 가족이 겪는 고통, 국가의 책임 회피와 보상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

“아들 부대동무 하나가 편지로 ‘추운 큰 나라에 유학훈련 갔다’고 알려줬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아들의 소식을 처음 들은 순간을 떠올리며, 평안북도 주민 A씨는 데일리NK에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그저 아들이 외국으로 유학훈련을 간 줄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동네에 “외국에 나간 군대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노동신문에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하는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서면 입장문이 보도(4.28)되면서 유학훈련이 실은 전쟁터로 향한 파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A씨는 털어놨다.
함경남도 주민 B씨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어느날 인편으로 “조국을 대표해 훈련간다”라고 적힌 쪽지 한 장을 전해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언급이 있고 나서야 B씨는 아들의 파병을 실감하게 됐다.
이렇듯 북한 당국은 파병자 가족에게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A씨는 “부대에서 정해진 대로 따라가는 것일 뿐, 부모가 뭘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B씨는 “인편으로 쪽지가 오고, 소문도 있었지만, 아들을 데려간 다음에야 알았다”며 “부대나 지휘관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필요로 해서 간다, 그게 전부다. 조국에 잠시 맡긴 줄 알았는데, 아예 바친 것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파병을 인정하기 전까지 관련 소문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반역죄까지 거론하며 확산 차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러시아 파병 소문 차단에 ‘총력’…되레 의심·불신만 키운다?)
더 큰 문제는 국가나 군 당국의 공식 통보가 아닌, 편지와 소문, 주변인의 귀띔을 통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아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감춰진 사실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북한의 파병이 얼마나 비공개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병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상황에서, 아들이 어디 소속으로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조차 가족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폭풍군단 소속이지만, 이름 없는 부대에 배속돼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탄알 수송, 통신 근무 같은 말을 들었지만, 장소나 임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고, 아들의 동료도 ‘유학훈련’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반복했다”고 했다.
B씨는 “어디로 갔는지는 말 안 했지만, 쪽지 말투를 보면 전초 전투부대라는 게 느껴졌다”며 “‘죽을 수도 있는 곳’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부대에 묻거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들을 전쟁터에 보냈지만, 지금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지금은 깜깜무소식…”살아만 있어 달라고 빌 뿐입니다”
파병 이후로 아들과의 연락은 더욱 어려워졌다. 직접 음성을 들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할 정도라는 게 부모들의 말이다.
A씨는 “어떻게 된 건지 아예 소식이 없다. 국가가 알려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B 씨는 “그래도 국가가 공식 발표했으니 아직 살아 있다는 걸로 위로 삼는다. 다 필요 없고, 눈이 멀고,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도 살아만 있으면 된다”며 애달파했다.
부모들이 파악한 아들의 생활 환경은 대부분 파병 초기나 출국 직전, 제한된 시기의 간접 정보에 근거하고 있었다. A씨는 “잠은 모포 하나 깔고 철조망 근처에서 잔다고 했고, 식사는 밥과 고깃국물이 가끔 나온다고 했다”며 “폭풍군단은 그나마 잘 먹이는 편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깜깜무소식”이라고 했다.
B씨는 “추운 날이면 무릎이 얼어붙고, 밤에는 초소를 선다고 했다. 천막치고 계속 이동훈련만 한다고도 했다. 식사는 먹을 만하다고는 했지만, 어느 날은 두부밥이나 따뜻한 밥 완자가 먹고 싶다고 해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군인의 생존 여부나 근무 환경에 대한 정보가 국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국제규범상 반인권적 행위다. 특히 고립된 정보 환경에서 가족들이 생사도 알지 못한 채 고통받는 현실은 구조적 침묵에 기반한 국가폭력의 또 다른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참혹한 전황에 대한 말들이 오가면서 가족들은 더욱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A씨는 “포탄이 옆에 떨어져 귀가 멀었다는 부상병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병원도 아닌 곳에서 종이로 귀를 틀어막고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무사하겠느냐”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B씨는 아들이 복무 중인 부대 사택에서 지내는 정찰총국 소속 군관의 아내와 가까이 지내며 전쟁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로씨야(러시아) 전쟁터에서는 총소리가 너무 커서 잠도 못 잔다고 한다. 지뢰에 실수로 다친 동무, 꼬마 비행기에서 떨어진 포탄에 부대가 전멸당한 사례도 있고, 자폭 영웅이 많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지휘부의 명령 내용이었다. B씨는 “우크라이나는 신나치 국가니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가져도 되고, 죽여도 되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라며 “우리 아들도 짐승이 되라는 것이었는지…. 아니 그냥 부상자 명단이라도, 통지서라도 왔으면 좋겠다. 요즘은 수령님과 장군님 초상화 앞에 앉아 그저 살아 돌아오기만을 빌고 있다”고 했다.

“총 들고 사람 죽이는 게, 어찌 조국 위한 훈련이라 할 수 있나”
A씨와 B씨 모두 아들의 러시아 파병을 단순한 군사훈련으로 여기지 않았다. A씨는 “나라에서는 ‘해방 지원’이라지만, 총 들고 서서 사람 죽인 건 전쟁”이라고 말했고, B씨는 “군복 입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게 참전이지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B씨는 “허락도 없이 나라가 아이들을 죽이러 보낸 것”이라며 “로씨야를 침략한 우크라이나 군대가 나쁘다지만, 왜 남녀노소 다 죽이라는 명령까지 나오나. 그건 신천땅에서 미국 놈들이 했던 짓을 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국을 대표한 훈련’이 ‘끝없는 고통의 시작’이었다는 게 B씨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군 파병을 국제 인권 규범과 국제인도법 측면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국제법 박사)은 “가족에게 사전 통보 없이 병사를 전쟁터에 파견하고, 이후 생사조차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정보접근권)와 제23조(가족 권리 보호), 그리고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를 동시에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행위는 단순히 가족의 알 권리 침해를 넘어, 전시에 병사의 상태를 신속히 가족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국제인도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제네바협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연구기획부장은 “국제인도법상 강제이주와 비자발적 가족 분리는 명백히 금지돼 있다”며 “이번 파병과 가족 단절 사례는 강제이주 또는 강제실종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동권리협약’ 제9조에서 명시한 가족 분리 금지 조항과도 충돌하는 상황”이라고도 꼬집었다.
특히 파병 군인들이 민간인 보호 원칙조차 무시된 명령을 받았다면 이는 전시에 반드시 준수돼야 할 제네바 제4협약(민간인 보호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로,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준상 전쟁범죄 또는 반인도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 군인의 윤리성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국가 폭력 시스템의 결과이자, 국제사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김 연구기획부장은 “북한의 침묵과 은폐가 ICC의 관할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군 참전이 해외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는 전쟁범죄 또는 반인도 범죄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며 “국제사회는 유엔(UN)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중심으로 병사와 가족의 정보접근권과 가족결합권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