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내부에 확산하고 있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소문들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주민 신고를 종용하고 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이를 사실상 외부정보 유입을 막으려는 당국의 조치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북중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군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 파병됐으며, 전사자도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는 데 대해 이를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주민들에게 유언비어 유포자에 관한 즉각적인 신고를 강조하면서 이를 묵인하는 경우 반역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회령시 안전부는 지난 6일 각 기관 및 동(洞) 담당 안전원들에게 인민군대의 로씨야(러시아) 파병에 관한 유언비어 유포자들을 철저히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며 “또한 이와 관련해 각 기관과 인민반에서 은밀히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정보원들의 활동을 강화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시 안전부의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파병 소문에 불안감을 느끼며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것이 사실이나 일부 주민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과 연계하며 그들을 돕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오랫동안 중국과 로씨야를 8·15해방과 조국해방전쟁(6·25전쟁)에서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나라들, 우방국으로 배워줬다(가르쳤다)”며 “이에 세뇌된 주민들은 로씨야에 인민군대를 파병한 것을 응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인식을 가진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북한군 파병 소문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심지어 반역죄까지 운운하고 있는 데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윁남(베트남) 전쟁 때도 우리 군이 참전했고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미 제국주의와 맞서 싸워 승리한 자랑스러운 전투라고 선전했지 않았나”면서 “그런데 지금은 로씨야에 파병된 것에 대해 언급조차 못 하게 하니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의문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주민들 속에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이 ‘유언비어 차단’이 아니라 ‘외부정보 차단’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경 지역 주민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과 북한군 파병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당국의 근본적인 단속 목적이 외부 접촉을 통한 정보의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는 데 있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체제 결속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주민들의 의심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라며 “단속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주민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지고, 소문은 오히려 더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