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3회 안보문제 담당 국제고위대표 회의를 북러 간 정보분야 실무 공조를 위한 전략적 기회로 활용했다고 복수의 데일리NK 소식통이 알려왔다.
1일 러시아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저녁 리창대 국가보위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외정보국(SVR), 군 정보총국(GRU)과 구체적인 안건을 주고받으며 별도 실무 회담을 진행했다.
북한 대표단에 포함된 국가보위성 산하 국내·해외 반탐기술 부서, 인민군 보위국, 정찰총국, 전자전국 등 정보·보안 전문 부서 실무자들은 미리 준비해 온 ‘정보교류 체계 구축 및 기술협력안’에 대해 러시아 측과 실무급 수준에서 원만히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러시아의 FSB와 SVR은 북한과의 정보공유를 단일 채널로 통합하는 구조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북한 측에서는 이에 일단 호응하면서 분야별(국내안보, 해외첩보, 군사정보)로 분류해 ‘정보공유 정례협약’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다음 단계 실무 대책 논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약하면 이번 러북(북러) 실무 회담은 양국의 정보기관들이 공동 작전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구조적인 협력의 기초를 마련한 계기였다”면서 “러북 간 정보전 파트너십이 현실화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 군 소식통도 “러시아에 파견된 대표단 내 실무자들이 GRU와 러-우 전황 공유를 위한 직통 정보선 구축안을 논의해 (북한군) 본부에 성공적으로 보고했다”며 “이를 계기로 각국의 군사 동향을 포함한 전략 정보의 정기적 호상(상호) 공유체계가 후속 협의로 추진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군 보위국과 정찰총국, 전자전국 실무자들은 러시아 GRU 실무자들과의 별도 회동에서 여러 가지 조항 중 ▲실시간 전황 공유체계 ▲전자정찰 장비 통신 호환 ▲훈련 영상 분석체계 등 2~3개 항목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 파견 전부터 당에서는 ‘러시아와 정보 연동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라’는 정확한 지침이 있었고, 기술협력의 경우 FSB·SVR과 정기적 회의 구조를 갖추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측은 이번 러시아 측과의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국 내 정보기관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가보위성·군 보위국·정찰총국 간 정보 통합·공유 체계 구축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이번 대표단 파견 직전 국가보위성 산하에 러시아 정보기관 접촉 전담 부서를 임시 구성했고, 이후 이 부서를 ‘정보통합기술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는 국가보위상이 직접 단장으로 나서고, 이번 대표단에 각급 정보기관 실무자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북러 간 정보공유가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내부에선 러시아와는 앞으로 군사 기술적으로 우리의 핵 군사 동맹국으로 한 참호(전호)에서 영원히 함께 싸울 전우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