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지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출국장에서 이 글을 씁니다. 한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직항 비행기는 러-우전쟁 때문에 모두 중단이 되었지요. 별수 없이 다른 나라를 경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여정을 택했습니다. 모든 출국 수속이 끝나고 이제 한 시간 뒤면 저는 타슈켄트행 비행기에 오를 것입니다. 조국에 돌아가는 여정이 쉽지 않아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분명 여행자의 신분으로 왔는데 왜 이리도 불안하고 초조할까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출국장에서 참으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출발을 앞둔 비행편을 보여주는 전광판에 고려항공과 평양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표시된 것을 보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해외로 가는 비행편이 많지 않은데 평양행 고려항공은 하루에 두 번이나 운항한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현지 관계자 말로는 요즘 러시아 사람들이 평양으로 관광을 많이 간다고 합니다. 또한 그 대열에는 귀국하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도 가세를 했다고 하네요. 실제로 블라디브스토크 시장에서는 귀국을 앞두고 물건을 사려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평양행 비행기를 정작 반쪽 조국의 사람은 탈 수 없고, 외국 관광객들만 탈 수 있다니 참으로 아픈 현실이지요. 아쉽게도 저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는 비행편이라 내일 도착하는 평양발 고려항공과 다시 그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갈 사람들을 보지는 못합니다. 분단인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요. 마음 같아서는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이들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입국목적이 여행이니 며칠 동안 블라디보스토크를 두루 다녀보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장 어디서나 북한 노동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지시를 하는 목소리와 대화는 분명 북한말이었습니다. 국가계획분을 바쳐야 하는데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많아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더군요. 김주애의 공식 외교활동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한낮 독재자와 그 딸의 기이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9일은 러시아에서 축제와 같은 날이었습니다. 도시마다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지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개최된 이 행사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영사관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밀착된 현재 북러관계를 말해주는 듯했지요. 북한 관광객을 모집한다는 광고문구가 블라디보스토크 버스 광고판에 내걸리고, 두만강 대교가 개통되면 관광은 더 많아질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현지에서 들립니다.
김정은이 지금 기댈 것은 마치 러시아밖에 없는 듯 모든 초점이 이곳에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곳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고뇌는 더욱 깊어집니다. 국가계획분을 채우기 위해 밤낮없이 피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고통은 김정은의 웃음 뒤에 가려지지요. 언제가 되어야 저들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는지요. 충성의 외화벌이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의 삶을 옥죄는 이 부당한 일들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그나저나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 한 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지네요. 러시아에서 비행기가 뜰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겠습니다. 무사히 돌아가 조국에서 뵙겠습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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