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동원 면제 인원수 정해두고 ‘뽄트 장사’하는 北 학교들

농촌 총동원 앞두고 면제 대가로 얼마 받을지 정해…자식 빼내려 치열한 경쟁 벌이는 학부모들

북중 국경 지역에서 포착된 트럭에 북한 학생들이 타고 있는 모습. 어디론가 동원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이 올해 모내기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일부 지역 학교들에서 농촌 동원 면제자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노골적으로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함흥시 내 여러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들이 학급별로 봄철 농촌지원 총동원 전투 면제자를 선발하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을 받아냈다.

이른바 ‘모내기 전투’라 일컬어지는 농촌지원 총동원 전투는 통상 5월 한 달 동안 진행된다. 농촌 동원에는 학생들도 예외가 없는데, 이 시기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각 학교에 배정된 농장으로 가서 숙식하며 농사일을 돕는다. 하지만 숙식 조건이나 일하는 환경이 워낙 열악해 농촌 동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교들은 학생들의 농촌 동원을 면제 해주는 대가로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학교들의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이맘때쯤이면 으레 벌어지는 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4월 중순쯤이 되면 담임 교사에게 “올해 (농촌 동원 면제자) 뽄트(정원)는 언제 발표되느냐”고 먼저 묻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농촌 동원에 나가면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해서 대부분 병을 얻어 온다”며 “그러니 부모들은 돈을 내서라도 자식을 농촌 동원 명단에서 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각 학교는 농촌 동원이 본격화되기 전 교내 회의를 통해 학급별로 면제할 학생 수와 그 대상자에게서 받을 금액, 수익 분배 방식을 정한다.

올해 함흥시의 고급중학교들은 대부분 학급당 최대 3명까지 농촌 동원 면제자를 뽑는 것으로 정했는데, 한 고급중학교의 경우에는 면제자 3명 중 1명에게 학교 운영 몫으로 100달러를, 다른 1명에게 학급 몫으로 60달러를, 나머지 1명에게 담임 교사 몫으로 40달러를 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식이 40달러만 내면 되는 담임 교사 몫의 면제자로 선발되는 것이기에,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수시로 담임 교사를 찾아가 쌀이나 부식, 생필품 등을 건네며 자기 자녀가 담임 교사 몫의 면제자로 뽑힐 수 있게 해달라고 앞다퉈 청탁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학부형들은 농촌 동원 시기가 다가오면 담임 교원의 집안 사정이 어렵지는 않은지, 자식이 아프진 않은지 등을 미리 알아보고 생활적으로 도움을 주는 식으로 꾸준히 담임과의 관계를 쌓는다”며 “그러니 담임도 평소 자주 찾아오고 연락을 주는 학부형의 자녀들에게 좋은 (면제) 뽄트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학교가 이런 식의 ‘면제자 뽄트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교육 당국은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교육 당국이 지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알아도 모른 척하고 눈감아주고 있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누구는 논밭에서 땀 흘리며 고생할 때 누구는 편히 교실에 앉아 있는 현실은 학생들에게도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며 “돈이 없으면 고생으로 내몰리는 구조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런 분위기를 오히려 학교가 만들고 있으니 학생들에게 학교가 진정한 교육의 공간으로 여겨지겠느냐”고 꼬집었다.